'분류 전체보기'에 해당되는 글 55건
- 2023.01.08 비뚤어진 집(1949)
- 2023.01.03 올리버 트위스트(1839) 1
- 2022.12.31 영웅(2002)
- 2022.12.28 모브 사이코 100 3기(2022)
- 비뚤어진 집(1949)
- 독서록
- 2023. 1. 8. 22:56
휴가에는 역시 추리 소설이 제격인 법
애거서 크리스티의 <비뚤어진 집>을 읽었다
전후의 어지러운 상황과 급변하는 사회를 배경으로 하는 이 책은
인간에 대한 뛰어난 분석력을 보여주는 추리 소설인 동시에
당대의 사회 변화를 관찰하기도 좋은 흥미로운 책이다
주인공한테는 카이로에서 만난 똑부러진 여자친구 소피아가 있는데
카이로에서 만날 당시에는 도무지 자신의 가족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몇년후에 그들은 소피아 할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다시 만나게 되는데
소피아는 할아버지가 죽은 과정이 무엇인가 석연치 않음을 알고, 주인공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자신은 가족의 일원이기 때문에 사건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없다면서 말이다
애리스티드 레오니데스는 소피아의 할아버지로, 2차 세계 대전과 전후의 어지러운 사회에서
법망을 요령있게 피해다니며 크나큰 부를 쌓은 뛰어난 기량의 사업가다
하지만 그런 할아버지와 달리 자식들은 겉보기에는 그럴싸하지만, 실은 아무런 사업감각도 현실감각도 없어서
할아버지에게 붙어사는 처지다
가족이 서로를 미워한다는 건 분명히 나쁜 일이지만, 어떤 때는 서로 뒤얽힌 애정 속에서 살아가는 게 더 나쁠 수도 있어요. 예전에 당신한테 우리 가족이 비뚤어진 작은 집에서 산다고 말했던 것도 이런 의미였어요. 물론 비뚤어졌다는 의미를 완전히 부정적으로만 보는 건 아니에요. 그저 우리 가족이 각자 혼자 힘으로 꼿꼿이 일어나 자립적으로 살아갈 수 없다는 뜻이었어요. 우린 모두 조금씩 뒤틀리고 뒤엉켜 있는 것 같아요.
작중에서 주인공에게 소피아가 자신의 가족에 대해 하는 말이다
서로 미워하는 가족만큼이나, 서로를 사랑하는 가족도 괴로울 수 있다
인간에 대해 정말인지 잘 아는 작가구나 싶었다
레오니데스 집안의 사람들은 서로를 사랑해서 자꾸만 잘못된 판단을 내린다
예를 들어, 장남은 아무런 사업감각도 없는데도 존경하는 아버지의 기대를 따르기 위해 자꾸 사업에 도전했다가 망하고
할아버지는 장남이 망할 때마다 도와줘서 결코 사업을 그만두지 못하게 된다
끊임없는 악순환의 반복이다
이런 가족 관계가 흥미롭기도 하고 또 굉장히 현실에 있음직해서 작가의 관찰력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작중에서 은근하게 보여지는 시대의 변화도 눈에 띈다
사실 이 책만 읽었으면 나도 잘 몰랐을 것 같지만, 요즘 영국 고전을 많이 읽어서 확실히 시대 별로 차이가 크구나 싶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바로 여자들의 경제 활동이다
19세기에 쓰여진 책들을 보면 여자들은 대부분 직업 없이 재산을 상속받아 결혼하는 것이 미덕으로 나와 있으며,
여성이 가질 수 있는 직업이라봤자 하녀, 가정교사, 매춘부 정도다
그런데 20세기 중반에 쓰여진 이 책을 보면 연구실에서 일하는 여성, 외교부에서 일하는 여성 등
전문적이고 사회적으로 존중받는 직업을 가진 여성들이 대거 등장한다
고작 한세기만에 이런 변화가 일어났다는게 너무 신기했고
확실히 전쟁 때문에 여성의 사회활동이 증가했다는게 보였다
심지어 현실감각 없는 아들들 대신에 명석한 손녀에게 전 재산을 물려준다는 파격적인 설정까지
전쟁 전과 후의 유럽 사회의 변화가 얼마나 극적이었는지 알 수 있었다
몰입되는 분위기가 매력적이었던 작품
다만 '비뚤어진 가족'이라는 테마를 깊게 파고들어서 끝장을 봤으면 더 재밌었을 것 같다
가족간의 비틀린 관계 묘사가 정말 기가 막힌데, 초중반에 분위기 조성용으로만 좀 쓰고 그다지 파고들지는 않는다
막 흥미진진해지는데 짠 하고 범인이 나오니까 조금 아쉽다
물론 더 파고들면 내 취향에는 맞겠지만 추리소설로서는 지루해질수도 있으니 이렇게 끝맺음하는 것도 이해는 간다
하여튼 페이지를 펴는 순간 아무 노력하지 않고도 몰입되니 휴가지에서 읽을 책으로는 최고다
다음 여행에도 애거서 크리스티를 빌려가봐야겠다
'독서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2020) (0) | 2023.01.16 |
---|---|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2020) (0) | 2023.01.10 |
올리버 트위스트(1839) (1) | 2023.01.03 |
밤에 찾아오는 구원자(2021) (0) | 2022.12.28 |
저주토끼(2017) (0) | 2022.12.26 |
- 올리버 트위스트(1839)
- 독서록
- 2023. 1. 3. 13:02
연말과 연초에 걸쳐 찰스 디킨스의 <올리버 트위스트>를 읽었다
이 재미없어보이는 고전을 갑자기 읽게 된 경위는, 내가 좋아하는 영화 <아가씨>의 원작 소설 <핑거 스미스>가
<올리버 트위스트>의 포스트모던한 재해석이란 리뷰를 읽어서 였다
자고로 어떤 책에 영향을 준 원본을 읽으면 그 책에 대한 이해의 폭이 커지는 법이다
최근에 고전 몇 권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도서관에서 멀쩡한 <올리버 트위스트>를 찾기는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다
도서관에 한 열댓 권의 <올리버 트위스트>가 있는데 딱 한 권을 빼고 모두 어린이 다이제스트 판이다
고전 다이제스트판은 부모의 허영심과 출판사의 상술의 이해관계가 맞아 탄생한 말도 안되는 촌극이라고 생각한다
아니 유튜브 3분 요약보고 영화 다봤다고 하는 사람은 미친 놈 취급하면서 고전 다이제스트 판은 왜 도서관에 열 몇권이나 있는거임ㅡㅡ
특히 그게 찰스 디킨스일때는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
이 작가는 태생이 지독한 떠벌이로 말이 많고 19세기 런던을 통째로 책이 집어 삼킨 것처럼 집요하게 묘사를 한다
사회 세태에 대한 풍자와 특유의 말솜씨로 풀어내는 블랙코미디는 덤이다
그리고 내용도 아동학대며 매춘부, 살인, 각종 범죄 등 자극적인 요소로 가득한데, 아동판으로 만들면서 그런 면을 검열하면 책의 정수가 사라지는 셈이다
특히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 중 하나인 낸시는 매춘부 신분이라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인데 그 부분을 생략하면 캐릭터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하여간 이 말도 안되는 책들 사이에서 딱 한 권 있는 완역본 <올리버 트위스트>를 예약까지 걸어서 어렵게 구해왔다
바로 이 책인데, 현대지성이라는 처음 들어보는 출판사에서 나온 책이다
근래에 읽은 책 중에 손꼽히게 번역이 좋았던 것 같다
고전은 전문번역가 대신 논문 꽤나 썼다는 교수들이 번역하는 경우가 많은데,
솔직히 전문번역가보다 가독성도 나쁘고, 오역도 많고(교수라 지적하는 사람이 없나봄) 작품 해설에 문학계의 일반적 해석 대신 본인의 해설만 욕심 그득하게 채우는 경우가 많아서 굉장히 불호다
유수아라는 전문번역가분이 번역한 이 책은 아주 깔끔하고 충실한데다 주석도 꼭 필요한 곳에 적절하게만 달아놓은 것이 마음에 든다
예전에 어떤 교수가 번역한 책을 읽었는데 주석과 작품 해설이 책 내용보다 많았다^^
페이지를 넘기기만해도 숨이 막히는데 이걸 읽으라고 만들었나 싶었음
작품 해설에도 작중의 유대인 차별이나 여성 차별같은 요소를 애써 부정하거나 변호하지 않으면서도 당시 사회상에 대한 부가적인 설명을 통해 이해를 돕는 점이 좋았다
처음 보는데 느낌이 좋은 출판사...! 앞으로는 고전 읽을 거 있으면 여기 껄로 읽어야지
하여간 작품 외적 이야기는 이쯤으로 해두고 본격적으로 <올리버 트위스트>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제목이 올리버 트위스트인데 올리버를 중심으로 사건이 돌아가기는 하지만 사실 비중은 크게 없다
이 고아 소년을 소재로 해서 구빈원이나 고아원 같은 당시의 복지 시설 실상을 고발하거나
런던 뒷골목에 있는 암흑가 이야기를 실감나게 풀어낸다든가 한다
'가난하지만 선한 소년이 역경을 이겨내고 행복해지는 이야기'가 맞긴 한데
솔직히 그보다는 막장 범죄 신파극으로서의 재미가 더 크다
왜 전자로만 책을 소개하는지 모르겠다 도파민이 뿜어져나오는 자극 가득한 재밌는 책이란 말이다
개막장 출생의 비밀 범죄 활극이라고 소개했으면 <올리버 트위스트>를 사람들이 좀 더 읽지 않았을까?
작품에는 올리버, 브라운로씨, 로즈 등으로 대변되는 선역과 페이긴, 사익스, 멍크스로 대표되는 악역이 대조적으로 등장한다
선역은 고결하고 선량하며 악역은 비열하고 추악하다
근데 이상하게 악역들 얘기가 더 재밌다 솔직히 디킨스도 악역 얘기 쓰면서 더 재밌었을듯
암흑가 패거리의 보스인 페이긴은 유대인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 고스란히 담겨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입체적이고 인상적인 캐릭터로 많은 후대의 소설에 영향을 주지 않았나 싶다
예를 들어 <핑거 스미스>의 석스비 부인은 바로 이 캐릭터를 여성 버전으로 쓴 격이다
페이긴은 암흑가에서 성공적인 사업을 벌이는 노인인데, 그 사업이란 바로 갈 곳 없는 어린 애들에게 소매치기를 시키거나
불한당들을 고용하여 강도질을 하거나 매춘부를 부리는 식이다
디킨스는 강경한 어조로 이런 범죄 행위를 비판하면서도, 어째서 어린 아이들이 페이긴의 마수에 빠질 수 밖에 없는지를 설명한다
어린 올리버는 고아원과 구빈원에서 지독한 아동학대를 받고, 도제로 팔아 넘겨진 장의사 집에서도 가혹한 학대를 받다가
아무런 계획 없이 런던으로 도망간다
이 가엾은 소년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사람은 거의 없다시피 한다
쫄쫄 굶고 지쳐서 탈진 직전인 올리버에게 잘 대해준 유일한 사람은 소매치기 소년뿐
올리버를 잘 먹이고 달래서 페이긴의 아지트로 데려간다(아직 올리버는 그곳이 범죄자 소굴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고아원과 구빈원이라는 사회 제도가 부패하여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어린 아이의 배를 유일하게 채워주는 것이 범죄자 집단이라는 것은 꽤 충격적이다
디킨스는 사악한 범죄자들을 엄격하게 단죄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무너진 복지 제도 속에서
범죄 외에는 생존 방법이 없는 사람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보여준다
페이긴은 아직은 도덕심이라는 것이 있는 꼬마들을 어떻게 하면 잘 구슬려 훌륭한 소매치기로 만들지 잘 알고 있다
윽박지르거나 때리는 폭력적인 방식만 있는 것이 아니다
외로운 처지의 소년에게 먼저 범죄를 저지르게 해서, 원래의 세계로는 돌아가지 못하게 하는 죄책감을 안겨주고
가족같이 따뜻하게 대해주어 정서적으로 의존하도록 만든다
마치 본인이 범죄자 패거리에 들어가본양 수법을 능수능란하게 묘사하는 디킨스에게 혀를 내둘렀다
디킨스의 뛰어난 점은 혼란스러운 현실을 이상적인 형태로 왜곡하는 대신 아수라장 그대로 지면에 옮겨놓는다는 것이다
산업혁명과 급격한 도시화로 생겨난 빈민들의 불쾌한 실상이라든가,
슬슬 물 위로 올라오기 시작한 여성과 남성간의 갈등
범죄로 몸살을 앓는 동시에, 범죄를 저지르지 않고서는 살아남을 수 없는 환경인 런던
이런 당시의 난장판을 재현한 책을 읽고 있노라면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이다
작가 본인조차 어떤 소재들은 무슨 판단을 내리는 것이 맞는지 헷갈리고 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입맛에 맞게 현실을 재단하는 대신 일단은 써내려간다
예를 들어 주요 인물 중 하나인 '낸시'는 기존 가부장 사회의 성녀와 창녀 프레임으로 단순히 구분할 수 없는 인물이다
그는 매춘부로, 범죄자 일당의 행동대원으로 씩씩하게 활약하지만 동시에 올리버를 가여워하며 자신의 양심에 따라 올리버를 돕는 인물이다
사익스가 지독한 불한당임에도 그를 사랑하여 떠나지 못하는 안타까운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당시의 문학적 전통에 따라 여성 캐릭터를 자애로운 어머니 또는 요부로 나누는 대신에
현실에 존재하는 여성의 복잡하고 입체적인 모습을 담아낸다
이 소설이 딱히 여성혐오적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낸시라는 캐릭터는 당시 사회상에 비추어볼때 상당히 세련되고 현대적인 서사를 지녔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디킨스 또한 당대 사회에서 자유롭지 못한 인물이었으므로 낸시를 어떻게 다룰지 혼란스러워하다가 결국 죽음으로 결말을 맺기는 한다
솔직히 올리버를 비롯한 선역 캐릭터들은 평면적이고 아무 욕망이랄게 없어서 재미가 없다
그래서 이들에 대해서는 딱히 할 말이 없다
원래 막장드라마는 선역보다 악역이 재밌어야 잘 팔리는 법이다
다른 후대 작가들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페이긴과 사익스, 낸시, 소매치기 소년들의 관계성은 많은 문학작품에서 변형되며 재생산되고 있다
뒷골목 인생들의 유사가족 관계는 꾸준히 인기가 있는 테마이지 않은가
그 원형을 알아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 물론 600페이지의 압박을 견뎌야하지만 의외로 도파민 듬뿍 막장소설이라 보다보면 재밌다
'독서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2020) (0) | 2023.01.10 |
---|---|
비뚤어진 집(1949) (0) | 2023.01.08 |
밤에 찾아오는 구원자(2021) (0) | 2022.12.28 |
저주토끼(2017) (0) | 2022.12.26 |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2010) (1) | 2022.12.21 |
장이머우 감독의 2002년작 <영웅>을 보았다
촌스러운 포스터에 뒷걸음질을 쳤는데 의외로 대단한 영상미와 연출로 가득한 예술영화다
기본적으로 진시황 암살을 소재로 한 무협 영화인데, 서사가 굉장히 현대적이다
이연걸이 진시황과 독대하며 자신이 어떻게 위험한 암살자들을 제거했는지 이야기한다
그 이야기 안에 장만옥과 양조위가 나오는 액자식 구성이다
같은 장면이 여러가지 버전으로 반복되고 뒤로 갈 수록 숨겨진 진실이 드러나는 식이다
그런 면에서는 영화 <라쇼몽>이 떠오르기도 했음(물론 라쇼몽은 어느 것이 진실인지 끝내 알 수 없다는 점이 다르지만)
같은 장면을 다른 버전으로 보여줄 때마다 색이 달라진다
인물의 옷, 건물, 소품, 배경까지 색감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영화 미술이 시각적 즐거움 뿐만 아니라 서사 장치가 될 수 있다는 흥미롭고 도전적인 발상이다
강렬한 치정극은 붉은 색, 슬픈 사랑 이야기는 푸른 색 이런 식으로 감정을 색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선명한 원색과 비현실적인 자연 풍광은 영화 <더 폴>이 떠오르기도 했다
두 영화 모두 색감에 죽고 못사는 사람들이라면 꼭 봐야할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장쯔이와 장만옥, 양조위가 끝내주는 영상미로 애증 넘치는 무협을 펼치는 것만으로도 볼 가치가 충분한 영화
사실 장쯔이 분량은 별로 크지 않고 황제랑 이연걸 분량이 더 크지만 장쯔이가 너무 아름다우니까 괜찮다...
귀여운 얼굴에 호랑이같은 형형한 눈빛은 늘 시선을 끄는 강렬한 매력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장만옥... 극중에서 억울한 죽음을 당한 장군의 딸로 황제에 대한 복수심으로 사는 인물인데
세상에서 그런 역에 가장 잘 어울릴 것 같은 얼굴이다
굳은 심지와 고결함이 느껴지는 얼굴이란 생각이 든다 특히 턱선 ㅠㅠ
아니 계속 얼굴 얘기만 하는데 당연히 연기 또한 훌륭하다 근데 미모에 넋을 빼앗기고 보게됨
양조위는 늘 하던 슬픈 연인 역할을 하는데 역시나 잘 어울린다
망한 사랑이 가장 어울리는 배우 1위
근데 그냥 복수하게 냅두지 천하를 위해 어쩌고 웅엥 하는 장면은 좀 짜증났음
복수하지 않고 끝나는 결말은 스토리적으로 보면 세련되긴 했는데
문제는 마지막에 만리장성과 함께 나오는 진시황의 업적 어쩌고...
그들이 천하를 위해 진시황을 살려두었기 때문에 진시황이 업적을 이뤘다~ 이런 촌스러운 부분이 나오는데
영화의 전체적인 완성도를 10%는 깎아먹은 느낌이다
이 영화는 말로 설명하는 것이 의미가 없을 정도로 시각적인 부분이 인상적인 것 같다
남은 후기는 영화의 장면들로 대신한다
'영화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2022) (0) | 2023.03.02 |
---|---|
더 퍼스트 슬램덩크(2022) (0) | 2023.01.25 |
모브 사이코 100 3기(2022) (0) | 2022.12.28 |
나이브스 아웃2 글래스 어니언(2022) (0) | 2022.12.26 |
러브레터(1995) (1) | 2022.12.15 |
- 모브 사이코 100 3기(2022)
- 영화록
- 2022. 12. 28. 23:25
모브사이코 3기를 다 봤다
만화를 안봐서 정확히 모르겠지만 아마도 여기서 완결인듯 하다
이전 시즌과 마찬가지로 카게야마 시게오라는 남중생이 강력한 초능력 때문에 이런저런 일에 휘말리며 성장하는 내용이다
시게오의 초능력을 그대로 받아들여도 충분히 재미있고 감동적인 이야기지만,
누구나 겪는 사춘기의 불안한 감정이라고 해석하면 더 와닿는 이야기가 된다
작가도 애초에 자연스럽게 그런 쪽으로 해석되도록 의도한 것 같다
판타지의 재미있는 점은 때때로 현실적인 장르보다도 현실을 더 진실되게 나타낸다는 것이다
이제 사춘기를 지나온지는 꽤 오래되었지만 아직도 그때의 감정들이 기억이 나는데,
말로 설명하면 별 것 아닌 것 같은 친구나 가족간의 갈등이 세상이 무너질 듯이 크게 느껴졌던 것이 기억이 난다
심지어 지금도 그 때를 생각하면 가슴이 꽉 막히고 내가 한없이 작아지는 기분이 든다
내가 남들과 달라서 잘 섞이지 못한다는 생각이 매일 나를 짓누르던 나날들
사춘기의 고민들은 사소해보이지만, 사실 겪는 본인은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기분이지 않은가
모브사이코100은 한 개인이 겪는 사춘기의 널뛰는 감정을 초능력이라는 형태로 시각화해서 보여준다
시도때도없이 폭발하고 사고가 끊이지 않는 사춘기의 감정은 시게오의 초능력과 꼭 닮았다
시게오는 3기의 끝에서, 위험하다고만 생각해서 억제하고 밀어내려고 했던 또다른 자신을 받아들인다
이때 스승 레이겐이 하는 말이 너무 좋았다
"양면성은 모두에게 있는 거야"
시게오는 자신의 능력이 누군가에게 해를 끼칠까봐 늘 자신의 다른 면을 억제하고 살아왔는데
레이겐이 그것이 시게오 혼자만의 고통이 아님을 알려준다
어제 읽었던 책에서 외로움에 대해 이런 내용이 있었다
외로움은 다른 사람도 자신과 똑같이 외롭다는 사실을 알게될 때 덜해진다
레이겐 또한 자신이 잘난척은 다 했지만 사실 아무 능력도 없는 거짓말쟁이라는 양면성을 고백하면서
둘의 외로움은 공유되고, 조금 더 견딜만한 것이 된다
한쪽은 초능력을, 한쪽은 거짓말을 숨기고 싶어하지만 사실 그런 면들이 둘을 만나게 해주고 성장하게 해주었다
하... 두 캐릭터가 너무 좋다
외로운 사람들이 만나서 성장하는 이야기에 언제쯤 안울게될까
아마 할머니가 되어서도 이런 서사를 좋아할 것 같다
그 외에 좋았던 이야기들
사이코헬멧교와 브로콜리 나무 에피소드
사실 이 에피소드는 본 지 좀 오래되어서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하여간 에쿠보 때문에 코끝이 찡해졌던 기억....
이말년 만화에나 나올 꼬라지를 하고 사람을 울리는 에쿠보 진짜 어이없다
에쿠보는 세계 정복의 원대한 꿈을 이루기 위해 시게오를 배신할 마음을 품지만
어이없게도 시게오가 입은 해괴망측한 원숭이 티셔츠 때문에 그를 걱정하던 마음을 다시 떠올린다
결국 시게오를 위해 에쿠보가 희생하고, 모두가 에쿠보를 잊어버리지만
시게오만은 에쿠보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계속 갖고 있어서 다시 돌아오는 것까지..ㅠㅠ
시게오가 집에 돌아와서 아무 기억도 나지 않지만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너무 슬펐다
UFO 추적 에피소드
뇌감전파부의 쿠라타 부장은 UFO를 찾기 위한 자신의 시도에 진전이 없고,
아무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상황에 상처를 받고 뇌감전파부를 해체하기로 한다
지금까지 그냥 부실에서 과자나 까먹으려고 들어왔던 아무생각없는 부원들은 비상사태
쿠라타부장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 진짜 UFO 추적에 나서는데...
쿠라타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아이들이 너무 순수하고 따뜻하다 ㅠㅠ
그리고 신년에 아무 약속도 없어서 중딩들이 부른다고 가주는 레이겐도 웃김(대체 어떤 인생을 살아온 것임...)
보통 이런 만화에서는 결국 UFO는 못찾지만, ~중요한 건 우리들의 마음~ 대충 이런 전개로 가는데
이 범상치 않은 만화에선 정말 외계인과 접촉해버리고 심지어 한 부원은 외계인에게 납치되어 행성에 살기까지 한다
이 부분이 엄청 본격적이고 작화도 기합이 들어가있어서 황당했음ㅋㅋㅋㅋㅋㅋ
정말 예측불가의 만화
마지막으로 너무 귀엽고 웃겼던 장면 ㅋㅋㅋㅋㅋㅋ
인생을 어떻게 살아왔는지 깜짝 생파에 눈 빨개진 레이겐...
'영화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더 퍼스트 슬램덩크(2022) (0) | 2023.01.25 |
---|---|
영웅(2002) (0) | 2022.12.31 |
나이브스 아웃2 글래스 어니언(2022) (0) | 2022.12.26 |
러브레터(1995) (1) | 2022.12.15 |
드라큘라(1992) (0) | 2022.11.27 |
Recent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