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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3.02.15 [23.02.08]도쿄여행 1일차(도쿄디즈니랜드,선샤인시티프린스호텔) 1
  2. 2023.02.07 아이들 파는 나라(2019)
  3. 2023.02.02 시녀 이야기(1985)
  4. 2023.01.26 스커트 밑의 극장(1991) 1

[23.02.08]도쿄여행 1일차(도쿄디즈니랜드,선샤인시티프린스호텔)

갑자기 친구와 마음이 맞아서 얼렁뚱땅 다녀온 도쿄 여행기

일본 항공권에 50만원을 쓰는 사람들이 있다?!

3주 전에 갑작스럽게 예매하느라 겁나게 비쌌다 ㅡㅡ

그치만 여행을 너무너무 가고싶었던 나는 "비행기 좀 부담스럽긴 한데, 갈래?"하는 친구의 질문에 오케이를 외쳤고

덕분에 3주 동안 자금을 마련하느라 개고생을 했지만 그래도 즐거웠던 여행

비싼 비행기로 갔다오는만큼 제대로 뽕을 뽑아버리겠다! 라는 생각에 정말 무리한 강행군을 펼쳤다

나나 친구나 체력이 그다지 강인한 편은 아닌데 오로지 강철같은 의지 하나로 재미나게 돌아다녔다

 

 

새벽 비행기를 타느라 새벽 3시에 집을 나왔는데 술 안마시고도 술마신 기분이 남

머리가 겁나 몽롱하고 안돌아가서 계속 헛소리만 해가지고 친구랑 서로 웃겨했다

어찌저찌 비행기를 탔고, 도착한 일본 나리타공항은 10시였던가 그랬다

 

도착하자마자 우리를 반겨줬던 마리오 친구들 ㅋㅋㅋㅋㅋ

역시 캐릭터에 진심인 일본 답다는 생각을 했다

 

입국 수속 마치고 나왔는데 여전히 한국인것 같아서 기분이 이상했음ㅋㅋㅋㅋ

여기 인천공항 아냐?? 비행기가 한바퀴 돌아서 다시 온거임; 이런 헛소리나 함

근데 진짜 공항은 어디가나 한국말이 다 써있고 외관도 인천국제공항이랑 비슷해서 외국 온 기분이 하나도 안났다

 

나리타 공항에서 도쿄 디즈니랜드로 직통 연결되는 리무진 버스를 탔다

디즈니랜드를 가긴 가야겠는데 하루 통째로 넣기는 또 아깝고해서 생각한 방법!

공항에서 바로 디즈니랜드를 가버리자!! 

이렇게 안하면 공항-도쿄시내-디즈니랜드-도쿄시내로 가야해서 시간이 낭비된다

우리는 시간 낭비를 줄이는 대신 우리 체력을 갈아보자!! 하고 비행 후에 쉬지도 않고 디즈니랜드로 향함 ㅋㅋㅋㅋ

직행버스가 있어서 너무 좋았당 입국하고 바로 앞에 매표기계와 매표소가 있다

버스가 자주 있는 것은 아니고 1시간에 한번 정도 있다

가격은 1900엔! 좀 쎄지만 여행에선 그냥 돈 좀 더 쓰고 몸이 편한게 최고라고 생각함

 

드디어 도착...!! 디즈니랜드!! 입구부터 엄청 예쁘게 되어있다

입구 근처에 코인락커가 많이 있어서 짐은 거기에 넣었음! 와 코인락커가 800엔! 개비쌈 ㅋㅋㅋㅋ

 

출입구를 지나서 들어오면 이런 높은 지붕이 있는 거리로 들어오게 되는데 벌써부터 동화속 분위기가 물씬!

멀리 디즈니랜드의 상징인 신데렐라 성이 보인다 

 

♥

이게 테마파크다 마 하는 환상적인 비주얼.... 진짜 예뻐서 심장이 뜀

 

성을 통과해서 지나가는 길 벽에 이런 모자이크 벽화가 있다 

성을 통과해서 나오면...! 따란! 

동화 속 마을에 온것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회전목마는 타진 않고 찍기만 함 애기들이 엄청 많이 타고 있었당

 

새벽부터 강행군하느라 배고파 죽을 지경이라 일단 보이는 식당으로 얼레벌레 들어갔다...

아니 다른 사람들은 되게 맛있는 거 잘 찾아먹던데 우린 ㄹㅇ 이거밖에 안보여서 그냥 먹으러감 ㅋㅋㅋ

알고보니깐 토이스토리~스타워즈 이런 놀이기구 있는 쪽에 식당이 많았다

뭔가 서부스러운 음식을 팔 것 같지만

 

사실 카레를 파는 식당이다 ㅋㅋㅋㅋㅋㅋ

왼쪽은 친구가 먹은 거, 오른쪽은 내가 먹은 거

카레 자체는 다 맛이 똑같고 들어가는 토핑만 다른 듯?

놀이동산 음식은 보통 비싸고 맛없는게 디폴트라 배만 채울 요량으로 숟가락을 들었는데

어? 의외로 맛이 괜찮았다 

엄청 특별한 맛은 아니지만 만원 정도의 가격에 고기도 나름 들었고 밥도 맛있고 카레도 괜찮다

어차피 입장권이랑 기념품으로 차고 넘치게 버니까 괜찮다는 걸까?

친구가 시킨 카레에 있던 반숙 달걀이 너무 신기했음 미키모양 대체 어떻게 낸거야!!

음식도 뭔가 테마가 다 있어서 놀이동산 온 기분이 확실히 들어서 좋았음

 

지나가면서 찍어본 풍경

그 유명하다는 스몰 월드도 있었지만, 우리는 그냥 사진만 찍고 지나간다

왜냐면 우린 미녀와 야수를 타야하니까

 

도쿄 디즈니랜드에서 제일 인상적이었던 것 중 하나가, 놀이기구에 맞는 테마로 그 존 전체를 꾸미는 거였다

미녀와 야수 성으로 가는 길목은 완전히 벨의 마을처럼 아기자기하게 꾸며놔서 영화 속에 들어온 기분이다

 

 서서히 보이기 시작하는 미녀와 야수 성

아니 저 파스텔톤의 색감이 너무 예뻐서 눈물이 났다 여기서 사진 500장 찍었다

신데렐라성보다 더 예쁜듯

쪼끄만 성이 아니라 진짜 실물 크기의 성이라 위용이 대단하다

기념품 쇼핑은 잠시 미루고 일단 헐레벌떡 줄을 서본다

디즈니랜드 공식 어플을 설치하면, 각 놀이기구에서 얼마나 줄을 서야 하는지 실시간으로 나오는데

미녀와 야수는 70분이 떠있었다 막상 가보니까 줄이 엄청나게 길어서? 엥 어플이 구라치네 했음

근데 신기하게도 줄이 엄청 빠르게 줄어서 정말로 70분 정도 기다렸다

그 어플 무지 정확하다 다들 믿고 기다리시길...

알고보니까 놀이기구 회전율이 엄청나게 빨라서(애초에 돌리는 기구가 엄청 많은 듯 하다)

한 그룹 보내고 바로 다음 그룹이 가는 식으로 운영해서 줄이 훅훅 준다

게다가 줄서는 공간도 너무 매력적으로 꾸며 놓아서 심심하지 않았음

성으로 들어가는 길은 깊은 숲속처럼 연출했는데, 깊은 숲에서 나는 새소리가 나서 실감났다

심지어 낮버전과 밤버전 오디오가 다르다 ㅋㅋㅋㅋ 밤버전은 부엉이 소리 같은 것도 난다

 

성으로 들어가면 미녀와 야수의 저주받아서 가구가 되어버린 조연들이 반겨준다

진짜 고요한 성에 몰래 들어온 벨이 된 느낌

성 내부 곳곳에 야수의 발톱자국이 있는 디테일도 재밌었음 

정말인지 디테일에 목숨 건 느낌이라 감동을 가득 받았음

평소에 디즈니 영화 팬도 아닌데도... 팬이면 울듯

 

이렇게 줄을 따라서 보이는 전시만 봐도 너무 재밌어서 이미 만족이었는데 와... 놀이기구는 진짜 미쳤다

노래도 너무 좋고 연출도 예술이다

그냥 관용어구로 쓰이는 예술이 아니라 진짜 이건 하나의 예술 장르로 봐도 될 것 같다

아니 벨이 살아 움직인다니깐?!

일본놈들 외계인 고문에 성공해서 벨을 살려낸게 틀림없다

머리는 저게 인형인걸 알고 있는데, 가슴으로는 '와 벨은 살아있네' 이딴 생각함

특히 야수가 인간으로 변하는 장면... 그거 대체 어떻게 한거임??? 인간의 기술이 그렇게 발전했었나?

마지막으로 나오는 무도회 장면에서는 너무 벅차서 눈물이 찔끔 맺혔다

다시 말하지만 난 디즈니 팬이었던 적도 없다

그치만 벨이 살아있는데.... 무슨 수로 감동받지 않을 수 있을까

각 스테이지 마다 미녀와 야수 음악이 나오는데, 이 놀이기구를 위해서 새로 편곡하고 녹음한 것 같았다

음향이 정말 아름다워서 미녀와 야수 ost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필수로 타봐야한다

 

마지막 나오는 길에 찍은 거 ㅠㅠ

또 타러가고싶다

 

 

첫 놀이기구를 너무 감동적으로 탄 우리들은 열심히 미녀와 야수 기념품 가게를 구경했다

친구가 기념품에 가산을 탕진하는 동안 나는 기념동전 하나 뽑았음 ㅋㅋㅋㅋ

아무래도 지브리에 더 쓸 것 같아서 일단 아껴둠(정확한 예측이었다)

 

그리고 바로 근처에 있는 푸의 허니헌트 타러감

사람이 겁나게 많은데 30분만 기다리면 된대서 또 어플을 불신했지만 결국 맞았음

디즈니랜드 어플 왜 이렇게 정확한거냐

기다리면서 신기했던게 2월인데도 나무가 초록색이고 꽃이 생생하게 피어있다는 거였음

도쿄가 부산이랑 비슷한 정도의 위도라고 하는데, 서울이랑은 정말 꽤 온도차가 있구나 싶었다

하긴 도쿄는 시베리아기단 영향도 안받을거고

하여튼 기대도 안했는데 갑자기 초록초록한 나무와 풀을 봐서 기분이 좋아졌다

싱싱한 식물을 보면 기분이 명랑해지는 편 ><

 

건물 내부는 엄청 아기자기하게 꾸며져있다

어렸을 때 비디오로 봤던 그 장면들 안으로 들어온 느낌ㅋㅋㅋㅋ

놀이기구 안이 엄청 예쁘게 꾸며져 있어서 재밌었당 

특히 맨 처음에 숲을 아예 놀이기구 안에 만들어놔서 놀랐음

중간에는 어렸을 때 약간 무서워했던 코주부(heffalumps)가 나와서 추억에 젖었다

아니 노래 듣는데 갑자기 알겠는거다 ㅋㅋㅋㅋㅋㅋ

살짝 유치하긴 했지만(어린이용인듯) 그래도 재밌었다

 

내가 타러가자고 졸라서 타러간 몬스터 주식회사!!

막 스릴이 있진 않고 이것도 애기들 용 같긴 한데, 건물이 진짜로 공장느낌 물씬나게 꾸며져 있어서 재밌었음

디즈니랜드는 어딜가든 기대를 뛰어넘는 디테일을 보여준다

유치하긴했지만 어렸을 때 몬스터주식회사를 무척 좋아했던터라 즐겁게 탔다

일단 이때쯤에는 줄서느라 다리가 아파서 뭐든 앉아서 하기만 한다면 다 좋았음 ㅋㅋㅋㅋㅋㅋ

 

다 타고 나오니 벌써 어둑어둑 저녁이 되었다 

디즈니랜드에 왔으면 퍼레이드는 봐주는게 인지상정!

신데렐라 성 앞으로 가서 10분전쯤 자리를 잡는다

서서보지 않고 다 같이 앉아서 봐서 너무 좋았음^^

앉을 기회만 생기면 너무 행복하다

퍼레이드 볼 때 좀 대단하다고 생각한게, 직원들이 질서정리를 엄청나게 잘해준다

많은 사람이 몰리는 만큼 사고 가능성이 있으니 확실하게 통제하고 걸어다닐 수 있는 통로도 확보해놓는다

한두명이 질서 정리하는게 아니라 몇십명이서 정리한다 이런 건 참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음

 

다 예뻤지만 디즈니 공주 테마로 만든 퍼레이드가 정말 예뻤음

지나갈때 테마송도 나온다! 하 라푼젤 진짜 미쳤음 어떻게 탑을 만들 생각을....

벨도 진짜 영화에서 튀어나온것처럼 화려하고 예뻐서 감동 ㅠㅠ

 

퍼레이드 보면서 먹은 알린 모찌!

SF풍으로 꾸며진 존 쪽의 아무 식당에서나 팔았던듯 가격은 400엔

인터넷에서 보고 저거는 꼭 먹어봐야지 생각했어서 사왔당

생긴것도 귀여운데 맛도 꽤나 괜찮다 딸기, 초코, 바닐라 세가지 맛인듯한데 딸기맛이 맛있음

아이스크림은 아니고 그냥 크림 모찌같은 거임! 가격도 놀이동산치고 사악하지 않고 귀엽고 강추

 

밤의 신데렐라 성 예쁘다

조명이 아름답게 빛나서 황홀했다

 

밤이 되니 더 예뻐진 건물들

별 특별한 건물도 아니고 그냥 식당들인데 전부 멋있어보인다

 

미녀와 야수를 한번 더 타러 갔는데 그와중에 같이간 친구는 미녀와야수 팝콘통을 샀다

낮에도 예뻤는데 밤에 보니까 불도 들어온다; 불이 들어오는게 너무 예쁜 나머지 친구는 홀라당 넘어가 팝콘통을 결제

와 팝콘통을 사면 팝콘도 드려요~ 3000엔의 사악한 가격이지만 솔직히 너무 예뻐서 사는거 이해됨(근데 난 안삼 집갖고가기 힘들것같아서..)

조명 기능이 있어서 방에 무드등으로도 좋을 것 같았다

미녀와 야수를 한번 더 타고 오니 얼추 불꽃놀이 시간이다

한나절동안 놀이기구 4개 탔으니 꽤 괜찮은 성적이다

아무래도 평일이고 날씨도 흐려서 사람이 평소보다 적었던 것 같다

 

대망의 불꽃놀이!

성 바로 위로 쏘아지는 걸 기대했는데 살짝 왼쪽에서 쏜다 ㅋㅋㅋㅋ

사실 불꽃놀이보다 불꽃놀이에 맞춰 조명이 변하는 신데렐라 성과 벅차는 음악이 더 좋았다

여러 노래에 맞춰서 불꽃놀이를 하는데 코코의 리멤버미도 나와서 행복했음 ㅎㅎ

이 많은 사람들이 다 함께 잊지못할 기억을 남기고 있다는 설렘과 감동이 좋았던 순간이었다

 

기다렸던 불꽃놀이를 다 보고 이제 출구로 향한다

아쉬우면서도 솔직히 너무 다리도 아프고 힘들어서 빨리 숙소에 가서 쉬고싶은 생각뿐 ㅋㅋㅋㅋ

 

퇴장하는 길....

출구로 나와서 바로 앞에 있는 주차장 쪽으로 가면 리무진 버스 정류장이 있다

도쿄의 주요 지역은 웬만하면 다 직행으로 가는 듯!

들어가기 전에 미리 위치를 봐두고 가서 어렵지 않게 찾아갔다 

우리 숙소가 있는 이케부쿠로 역으로 직행 버스가 있어서 너무 행복했다

도저히 전철을 갈아탈 수 없는 녹초 상태 ㅋㅋㅋㅋㅋ

혹시나 버스를 타려는 사람이 많아서 못탈까봐 허둥지둥 왔는데 다행히 이케부쿠로로 가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버스는 대략 한시간에 한번 정도 있는 듯 했다 가격은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1000엔이었던듯

 

도쿄시내로 들어가자 꽤 막혀서 50분 정도 걸린 것 같다

도쿄 뭔가 서울같은데... 근데 이제 고가도로가 엄청 많고 집이 네모네모난 서울같다

기온이 따뜻해서 그런지 우리나라처럼 베란다가 있는 대신에 테라스가 있는 형태의 집이 많다

우리나라는 아파트를 보통 고층으로 짓는데 여긴 높아봤자 10층 정도로 짓는듯

아 그리고 나무!! 2월인데 초록색인거 너무 신기해

 

숙소는 이케부쿠로 선샤인시티 프린스 호텔

역에서 걸어서 10분쯤 걸린다

우리 그냥 그~나마 가격이 싸서 대충 예약했는데 어라 생각보다 시설이 괜찮음

 

어지럽히기 전에 재빨리 찍음

겁나 좁긴 한데, 친구한테 들어보니 도쿄는 원래 어딜 가든 좁아서 이렇게 캐리어를 펼 수 있을 정도면 꽤 괜찮다고 한다

전체적으로 깨끗하고 어매니티도 잘 갖춰져있고(샴푸 컨디셔너 다 있어서 편했다)

꽤나 만족스러웠던 숙소!! 다만 창문이 하나도 안열리는 건 좀 아쉬웠음 ㅠㅠ 

라면 먹고 문 열어놔야 냄새 빠진다구욧

 

이 숙소의 또 다른 장점은 24시 편의점이 방에서 1분컷이라는 것!

엘리베이터가 겁나 빠른데, 엘리베이터 바로 앞에 패밀리마트가 있다 ㅋㅋㅋ 

잘만 하면 30초 컷도 가능할듯..

그래서 방에서 쉬다가 또 생각나는 거 있으면 사오고 그랬다 진짜 편리함은 최고

일본 편의점 구경은 참 재밌다 

특히 도시락이나 디저트 코너는 장난없는 퀄리티와 종수를 자랑하기 때문에 여행 내내 애용했다

좀 신기했던게 편의점 아르바이트가 거의 다 인도나 파키스탄계(?)처럼 보였다

여기도 한국처럼 인구절벽이라 외국인을 많이 고용하나 싶었음

한국도 한 10년 후에는 저렇게 될지도?

 

우리의 수확물

편의점에서 사온 간식거리로 허기진 배를 달래며 하루를 마무리 한다

두구두구 내일은 또 어떤 하루가 펼쳐질까

아이들 파는 나라(2019)

책은 한국 국제입양의 실태를 고발하는 내용이다

어릴 적 TV에서 한번도 만나본적 없는 새 부모와 살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입양을 떠나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자주 보았다

매체에서는 몹시 감상적이고 슬픈 톤으로 그 장면을 보여주었고, 나 또한 그 슬픈 장면에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너무나 자연스럽고 익숙하게 보아왔던 그 장면이 얼마나 기괴한가 생각했다

한국은 세계 어디에도 없는 '대리 입양 제도'를 실시했던 국가로, 양부모가 될 사람들이 한국을 방문하여 아이를 접견하지 않고도 '해외 직구'를 하듯이 아이를 쇼핑할 수 있는 나라였다

'아동 복지회'라는 이름을 단 사기관들은 입양 브로커 짓으로 막대한 수수료를 해먹고

1세계 백인들은 자신의 신앙심과 자비로움을 전시하기 위해 한국 고아들을 마구 사들였고

대한민국 정부는 정부가 해야할 일을 사기관에 떠넘겨버리고 피해자가 발생하든 말든 방관했다

거의 인신매매에 가까운 사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매체에서는 그것을 어쩔 수 없는 비극인양 비추어왔다

이런 사실이 너무나 기가 막혔다

 

책에서는 세계 최대 아동 수출국인 대한민국의 국제입양이 결코 자연스럽지 않으며

다른 나라들과 비교했을 때 기괴하기 짝이 없는 일임을 수많은 근거를 가지고 꼬집는다

한국의 국제입양은 결코 '어쩔 수 없이' 벌어진 일이 아니었다

만약 '어쩔 수 없이' 고아를 국내에서 감당하지 못해 입양 보낸 것이라면, 상식적으로 고아가 가장 많을 한국 전쟁 직후에 국제 입양의 규모가 가장 커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한국이 올림픽을 열 정도로 급성장을 하던 70-80년대에 가장 큰 규모의 아동수출이 일어났다

책은 국제 입양의 역사를 집요하게 파헤치는데, 첫 시작은 정말인지 끔찍하다

한국 여성과 미군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아들의 존재를 지우고 단일민족이라는 망상을 지키기 위한 방책이 바로 국제 입양의 시작이었다

어이가 없는게 국가가 포주노릇해서 기지촌 성매매 만들었으면서 그 결과는 국가가 책임을 안지는 거다

하여튼 혼혈아들을 죄다 치워버리기 위해 시작된 국제 입양은, 70년대 들어서 한국과 미국 기독교 가정들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서 잘나가는 사업이 되었다

정말 부모가 없는 '고아'만 수출하면 물량이 부족하니까 이 단체들은 경제적 여력이 안돼서 잠시 기관에 맡겨놓은 아이, 잃어버린 아이(부모 모두 살아계시고 자기 입으로 부모 이름과 주소를 말해주는데도), 심지어는 유괴된 아이까지 팔아넘긴다

상식적으로 친부모가 살아 있으면 이들이 양육을 하고, 정말 여력이 안되어 부모가 포기할 경우에 국내입양을 먼저 시도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아이들은 국내입양을 시도조차 하지 않고 국제입양을 불과 몇개월만에 갔다고 한다

이게 대체 말이 되는 상황인 건지 ㅋㅋㅋㅋㅋㅋㅋ 이걸 국가가 방임했다는게 진짜 이해가 안된다

 

개인적으로 책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내용은 국제 입양이 꼭 '부자 나라에서 새 기회'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아이들은 자신의 의사와 상관 없이 다른 나라로 팔려나가 백인들이 가득한 사회에서 홀로 동양인으로 자라는데

이들은 정체성의 큰 혼란과 인종차별을 숨쉬듯이 겪을 수 밖에 없다

그런 고통에도 불구하고 양부모에게는 끊임없이 감사를 강요받는다

아이들이 원해서 간 것도 아닌데 말이다

책에 실려있는 국제입양인들과의 인터뷰를 보면, 그들이 얼마나 큰 스트레스 속에서 살아왔는지 여실히 느껴진다

또한 통계도 국제입양인들의 고통을 보여준다

비입양인에 비해 자살율이나, 우울증 유병율은 훨씬 높은 수치로 나타나고, 취업률은 낮게 나타난다고 한다

마치 바다에 살던 고래를 잡아서 전혀 다른 환경인 수족관에 넣어놓고 여기선 안전하고 먹이도 충분하니 오히려 고래가 고마워할 일이다 라고 하는 인간을 보는 것 같다

국제 입양에 대해서 막연히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설사 좋은 의도로 한 입양이라도 

입양인 본인이 겪는 경험은 꽤 고통스럽겠구나 하는 걸 알게 됐다

 

개도국으로 여겨지는 나라들도 국제입양이 인신매매로 악용될 소지가 있어 금지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 놀라웠다

한국이 경제적으로나 제도적으로 손색없이 성숙한 나라이기 위해서는 아동 수출 문제를 '그땐 그랬지' 식으로 넘기는 대신에 적극적인 해결과 반성을 해야할 것 같다

한국 정부의 묵인 아래 적절한 절차 없이 국제 입양된 아동들이 해당 국가에서 제대로 시민권을 취득하지 못하고 추방된 사례가 책에서 나오는데,

이런 사례의 대다수가 한국출신 입양인에게 일어났다는 것이 충격적이다

추방입양인들은 한국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큰 경제적 곤란을 겪으며, 심지어는 자살로 몰리고 있다

국가에 의한 가해이고 살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 열심히 팔아치우고 그들이 학대당하든 시민권을 취득하지 못하든 신경도 안썼으면서

이제는 여자들 보고 아이를 왜 안낳냐고 호통을 치는 나라... 

정말인지 저출산으로 망해도 할 말 없는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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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녀 이야기(1985)

엄청 재밌게 읽은 소설인데 독서록 어떻게 써야할 지 모르겠음...

생각나는게 지나치게 많아서 뭐부터 쓸지 고민이 된다

몇번이나 쓰려고 했는데 쓰고나서 별로라 계속 지우게 됨

고민 끝에 의식의 흐름대로 적당히 적어내려가본다

 

하여튼 배경은 길리아드라는 가상의 국가인데, 1990년대쯤에 미국이 혼란속에 무너지고 보수 기독교를 표방하는 단체가 쿠데타를 일으켜서 세웠다는 설정

이 국가는 기존의 출생률 감소가 여성들의 방종에 기인한다고 주장하며, 여성의 권리를 근대 이전보다 못한 수준으로 만든다

주인공인 이름 모를 '시녀'는 길리아드가 건국되기 이전의 삶을 밤마다 회상하는데 이게 정말 공포스러움

직장에 다니던 주인공이 총든 병사들에 의해 하루아침에 해고되고 직장 밖으로 쫓겨나며,

모든 여성 명의의 신용카드와 계좌는 정지되고 남편이나 아버지에게 재산이 종속된다

이 부분에서 가장 소름끼치는 디테일은 주인공의 남편의 반응이다

 

그이는 마음에 걸리지 않는 거야. 그이는 전혀 마음 쓰지 않아. 어쩌면 오히려 잘됐다고 여길지도 몰라. 우리는 더 이상 서로의 것이 아니야. 이젠, 내가 그의 것이 되어 버린 거야

 

절망과 공포에 빠진 주인공에게 '우리에게 아직 서로가 있잖아'라고 위로하는 남편을 보고 주인공이 생각하는 부분이다

개인적으로 내가 부당한 일에 대해 주변 남성들에게 말했을 때의 반응이랑 똑같아서 웃음이 나왔다

남일 보는 것처럼 냉담하고 전혀 공감하거나 분노하지 않는 반응

남성들의 여성의 피해에 대한 공감불능은 정말 시대와 장소를 막론하고 존재했구나 싶다

 

주인공이 겪는 폭력은 신체적인 것은 아니지만 그보다 더 잔인하게 느껴진다

원래의 이름을 빼앗기고 자신이 종속된 남성의 이름을 딴 이름을 부여받는 것

세상의 모든 소식과 차단되고 책 읽기를 엄격히 금지 당하는 것

욕망이 거세되고 정신적으로 점점 세뇌되어 스스로도 차라리 이 시스템에 굴복하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할 언어를 빼앗긴다는 것이 얼마나 큰 폭력이며 억압인지 작가는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모든 말과 행동거지를 감시당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고통을 외부로 표출할 방법이 없다

글 또한 금지되었기 때문에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것도 할 수 없다

시녀들은 언제나 신실한 이야기만을 할 수 있도록 되어있기 때문에 서로가 체제에 완전히 세뇌된 사람인지 아닌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그들 사이의 연대는 금지되어있고, '시녀'와 '아내', '하녀', '아주머니'등 여성이 기능별로 계급화 되어 있어 서로를 미워할 수 밖에 없도록 시스템이 만들어져있다

그럼에도 시녀들은 서로를 알아볼 수 있도록 은밀한 암시를 한다

 

"아름다운 오월의 하루(May day)로군요."

 

메이데이는 조난신호로 쓰이는 말이다 불어 M'aidez(도와주세요)에서 왔다

주인공은 이 말을 들었을 때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을 느낀다

책은 마치 청교도처럼 금욕적이고 억눌린 시녀의 삶을 그려내며 그 사이에 억누를 수 없는 욕망과 전복에 대한 갈망을 보여준다

사실 책은 헝거게임처럼 시원한 혁명을 하는 그런 류의 책은 아니고

조지오웰의 <1984>처럼 체제 속의 개인이 뭔가 해보려다가 망하는 답답한 줄거리를 가지고 있는데

그럼에도 주인공 내면의 저항과 욕망이 너무나 폭발적인 느낌을 준다

 

"제 삶을 견딜 만하게 만들어주고 싶으신 거군요."

내 입에서 튀어나온 그 말은 질문이 아니라 직설적인 지적처럼 느껴졌다. 단호하고 의도가 분명한 진술. 내 삶이 견딜 만하다면, 그럼 그들이 저지르는 짓거리들이 다 정당화된다.

 

주인공은 자신이 종속된 남성에게 일종의 총애를 받으며 은밀한 만남을 가지게 된다

다른 디스토피아 소설들에서는 꼭 억압된 처지의 여성을 동정하며 사랑에 빠지고 그녀를 구원해주려는 낭만적인 남자주인공이 나온다

그런 구원이 기만적인 짓거리이며, 남성의 판타지일 뿐이라는 것을 지적한다

 

소재와 메시지도 강렬하지만 작가가 글을 정말 매력적으로 써서 빨려들어가듯이 읽었던 책이다

가장 전복적이고 파격적인 감정들이, 얼굴을 가리는 베일까지 써야하는 주인공의 내면에서 폭발할 때 짜릿한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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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커트 밑의 극장(1991)

우에노 치즈코의 <스커트 밑의 극장>을 읽었다

지난번에 저자의 <여성혐오를 혐오하다>를 읽고 몹시 감탄했었는데, 이 책이 그 책에서 자주 언급되어서 궁금했다

절판이라 꽤 번거롭게 구했는데 200페이지 짜리라 후루룩 읽어버려서 허무한 기분

어그로 가득한 제목이 인상적인 이 책은, 실은 속옷이라는 복식의 역사와 문화적 함의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매우 학술적인 내용이긴 한데 또 어떤 면에서는 엄청 발칙하고 하여간에 공공도서관에서 굳이 놔두고 싶어할 종류의 책은 아니다

학술 도서의 주된 구매처가 개인보다는 도서관임을 떠올려보면, 이 책의 절판이 그리 놀랍지는 않다

팬티 사진이(물론 학술적 참고 목적이다) 가득한 책을 누가 도서관에 두고 싶어하겠는가

하여간에 나도 처음 펼쳤을 때 팬티 사진이 너무 많이 나와서 당황스러웠다 ㅋㅋㅋㅋㅋ

읽으실 분들은 개인적인 공간에서 혼자! 읽으시길

 

치즈코라는 학자의 매력 중 하나는 바로 성적인 주제를 터부시하거나 완곡하게 애둘러 말하는 대신에

아주 대담하고 직설적으로 담론의 정 가운데 세운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몇몇 남성 학자나 예술가들이 그렇듯이 지나치게 도착적이고 성적인 것에 과다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아니다

반대로 성을 부끄럽게 여기거나 그 중요성을 너무 간과하지도 않는다

 

예를 들어 티비에서 케이팝의 성공 요인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하는데, 전문가랍시고 나온 사람들이 케이팝은 평화와 다양성에 대한 메시지를 세계에 전하고 있기 때문에 성공했다고 한다

정말인지 솔직하지 못하고 본질에 1도 닿아있지 않은 다큐멘터리였다

평화와 다양성으로 덕질을 할 사람들이면 간디를 사랑했겠지

완성도 높은 댄스 음악과 꼭 맞는 잘 짜여진 퍼포먼스, 그리고 그로 인해 극대화된 성적 매력

내가 보기에 아이돌 산업에서 성적 어필을 빼고 이야기하는 건 그냥 앙꼬없는 찐빵 얘기나 다를 게 없다

물론 다른 요소들도 훌륭하고 성공에 기여를 했겠지만, 세상에 성적매력이 없는 아이돌을 좋아하는 사람이 어딨음?

아이돌만 그런게 아니라 세계적 히트를 쳤던 가수들은 다 그랬다 엘비스 프레슬리도 그랬고 비틀즈도 그랬다 

성적 매력만을 주목하게 되면 가수의 격이 낮아지는 것 같아 굳이 언급은 안하지만, 하여튼 성공한 가수들은 섹시하다

 

하여튼 성(姓)이라는게 하도 자극적이다보니까 좀 극과 극인 것 같다

프로이트마냥 모든 걸 성적으로 해석하려고 하거나, 아예 거세된 것처럼 언급을 하지 않거나 한다

그런 면에서 치즈코는 성을 담론의 중심으로 두지만 담백하게 다룸으로서, 이것이 누군가의 도착적인 망상이 아니라 학문적 성격을 띈 글이구나 생각하게 된다

 

 

책의 초반부는 여성의 속옷이라는 복식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여러가지 가설을 제시한다

우선 지금 현대인들이 입는 '팬티'라는 형태의 속옷은 결코 오래된 것이 아니다

치즈코가 일본의 속옷 복식의 역사에 대해 조사한 내용을 살펴보면, 일반적으로 여성들은 가랑이에 달라붙지 않는 헐렁한 속바지 형태의 속옷을 입었다고 한다

단지 월경을 할 때만 훈도시 같은 T자 형태의 면으로된 천을 둘러 피를 받아 냈다고 한다

속옷이 몸에 달라붙으면 당연히 떨어져 있는 경우보다 쉽게 더러워 질 것이다

물이 귀하고 세탁을 자주 하기 어려웠던 근대 이전의 환경에서, 몸이 착 달라붙어 거의 매일 빨아야 하는 속옷은 적절하지 않았다는 것이 합리적인 추론이다

첫번째 가설은 이렇게 월경을 할 때 생리대로 썼던 천에서 팬티로 발전했다는 것이고(일본에서는 물론 서양의 문물이 들어온 것이었지만)

 

두번째 가설은 이성에게 성적인 어필을 하기 위해서 발전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브레이지어가 들어오기 전에는 여성이 남들 앞에서 가슴을 드러내는 것이 그다지 성적인 코드로 읽히지 않았음을 지적한다 

과거에는 가슴을 내놓고 아기에게 젖을 먹이는 행위가 전혀 외설스럽지 않고 당연스러운 일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브레이지어가 들어왔다

원래 큰 의미 없던(물론 성적 의미가 있긴 있었겠지만) 부위를 가리기 시작하자, 갑자기 가치가 생겼다

은폐함으로서 갑자기 가슴은 남성에게는 보기위해 매달려야 하는 것이 되었고, 여성에게는 숨겨야 하는 것이 되었다

저자가 마지막 저자의 말에 한 겁나 웃긴 말이 있는데 ㅋㅋㅋㅋ 바로 여자의 속옷과 천황제는 퍽 닮아있다는 것이다

사실 알맹이에는 큰 의미도 없는데 비밀스럽게 은폐되어서 그 안에 있는 것을 너도나도 보고 싶어한다는 거다

 

저자가 속옷의 본말이 전도되었음을 이야기하는 부분도 재미있다

남성들이 '여성의 속옷에 흥분한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명제일 것이다

사실 속옷이라는 것은(성행위 상황에 한정해서) 벗고 맨살을 드러내는것에 의미가 있는 것인데

오히려 맨살보다 속옷에 집착하고 맨살은 거부하는 남성들이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책이 쓰인 80년대 일본 기준으로)

현실 여성에게 접근하면 그들이 자신을 평가하는 '리액션'을 들어야해서 두렵기 때문에,

그 직전까지만으로 성적 판타지를 한정하고 속옷 사진에 집착하고, 심지어는 2d의 속옷만 입은 캐릭터만을 성욕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재밌는게 이와 동일한 현상이 현재의 한국에도 일어나고 있다

한국에서 인기있는 남성향 게임들을 보면 하나같이 어리고 순종적으로 생긴 여성 캐릭터가 속옷에 가까운 옷만을 걸친 모습으로 등장한다

나는 이 현상이 꼴사나운 것과는 별개로, 저럴거면 그냥 다 벗는 게 낫지 않나? 하는 의문이 늘 들었다

이미 거의 다 벗은 것이나 다름 없는데 굳이 기만적으로 끈팬티를 입혀야 인기가 있는 것인가?

이 의문이 저자 덕분에 풀렸다

현실의 여성에게 리액션 받는 것이 두렵기 때문에 '맨살'보다 '속옷'이 있는 상태를 더 선호하는 도착적 판타지가 생긴 것이다

저자는 이런 남성들이 실제로 유해하지는 않다고 주장했지만, 21세기 한국을 방문해본다면 생각이 바뀔지도 모른다 ㅎㅎ

 

옛날에 나온 책이라 그런지 요즘 정서와는 맞지 않는 부분도 꽤 있어서 그런 부분은 그냥 흘리듯이 읽었다

어머니에 의한 팬티 지배..? 이건 대체 뭔 소린지 잘 모르겠음 

그리고 프로이트스러운 해석이 나올 때도 좀 별로 였다

앞에서 치즈코가 좋은 점이 성을 담론에서 소외시키지 않으면서도 담백하게 이야기한다는 것이었는데

가끔은 좀 과하게 의미 부여를 하는 부분도 있기는 하다

 

결론적으로 저자의 생각은, 현재의 팬티나 팬티를 대하는 남성과 여성의 태도, 그리고 성행위는 결코 자연스러운 산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성욕이 참을 수 없는 남성의 자연스러운 욕구라는 둥의 기존 관념을 반박하고 성을 탈자연화하는 과정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굳이 찾아서 볼 정도의 감동이 있는 책은 아니었지만 치즈코씨의 발칙한 매력이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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