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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3.21 팬텀스레드(2017)
- 2023.03.09 해피투게더(1997)
- 2023.03.02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2022)
- 2023.01.25 더 퍼스트 슬램덩크(2022)
- 팬텀스레드(2017)
- 영화록
- 2023. 3. 21. 15:49
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의 팬텀스레드를 봤다
주로 PTA라고 불리는 이 감독은 괴랄하지만 취향에 맞는 사람은 또 엄청 좋아하는 영화를 만드는 걸로 유명하다
예전에 궁금해서 펀치 드렁크 러브라는 영화를 봤는데 무슨 소린지 전혀 모를 내용이라 당황스러웠다
이번이 PTA의 영화 두번째 시도인데 팬텀스레드는 펀치 드렁크 러브보다는 '비교적' 대중적인 스타일 같다
어디까지나 '상대적으로' 대중적이란 거지 절대 모두에게 먹힐 스타일의 영화는 아니다
팬텀스레드는 소위 교양 변태(ex: 박찬욱)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꽤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 같음
남주인공 레이놀즈 우드콕은 런던에서 잘나가는 의상실을 가지고 있는 미중년(노년?) 디자이너로, 젊은 여자를 주기적으로 갈아치우며 독신으로 산다
그러다가 전 여자에 질려서 새로운 애인을 꼬시는데 이 사람이 여주인공인 알마 엘슨.
수줍으면서도 강단있는 성격인 알마 역시 레이놀즈가 마음에 드는지 순순히 따라온다
처음엔 세상을 다 줄 것처럼 굴던 레이놀즈는 제 버릇 못버리고 알마에게 또 지랄을 떨기 시작하는데
나가 떨어져버리던 다른 여자들과 달리 알마는 레이놀즈보다 더한 인간이다
알마한테 지랄떨면서 상처주는 말을 하면 알마는 조용히 뒷산에 가서 독버섯을 캐서 레이놀즈한테 몰래 먹인다
그럼 레이놀즈는 죽다가 살아나서 알마한테 아기처럼 의존하는데, 알마는 아무 해도 끼치지 못하는 무력한 상태의 레이놀즈가 무척 마음에 드는 듯하다
더 어이없는 것은 레이놀즈도 이 관계를 좋아한다는 것
그냥 농담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영화상에서 레이놀즈는 진짜 마조히스트가 맞음
장난이 아니라 정말 변태들의 사랑이고.. 보다보면 아름답다기보다는 이 미친놈년들이 어디까지하나보자 이런 시각으로 흥미롭게 지켜보게 된다
막판까지 가면 둘의 변태스러움에 완전히 질려버림
레이놀즈는 정해진 일상의 루틴을 절대 벗어나면 안되는 사람이다
애인이 깜짝 이벤트를 해주는 것에 마저 극도의 혐오감을 나타내는 놈이다
예술가다운 지랄맞은 예민함으로 주변 사람들을 달달 볶아대는데 그걸 받아주는 사람만 결국 곁에 남는 인생을 아주 오랫동안 살아왔다
그런데 알마는 설설 기면서 레이놀즈 눈치를 보아 왔던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맘에 안들면 그냥 맘에 안든다고 하는 사람이다
평온한 레이놀즈의 삶에 닥쳐온 거대한 해일같은 존재인거다
알마의 레이놀즈를 향한 사랑은 광기가 느껴질 정도로 맹목적인 것인데, 그 안에 맹목적인 순종은 전혀 포함되어있지 않다
맹목적이지만 애인이 맘에 안드는 짓을 하면 들이받아버리는 저돌적인 성향
다른 영화에서 한번도 본 적 없는 독특한 여성 캐릭터라서 재밌었다
근데 레이놀즈는 또 막상 알마가 이런 짓을 해주니까 생각보다 취향임
다른 사람 만나지 말고 서로 영원히 사랑해야 하는 위험한 커플이다...
흥미로운건 이 염병스러운 새디스트와 마조히스트의 사랑이 너무나 섬세하고 정교한 미쟝센과 음악으로 고급스럽게 포장되어 있단 것이다
추잡스러운 내용과 아름다운 껍데기에서 오는 괴리감이 재미있다
우드콕의 테마 멜로디가 영화 내내 흘러나오는데 우드콕 특유의 질서정연한 세계를 잘 표현한 것 같다
알마가 입고 나오는 레이놀즈의 드레스들도 정말 아름다움
레이놀즈는 고전적인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유행이나 변화를 혐오한다
일상의 아주 작은 변화에도 민감한 우드콕다운 디자인을 하는 셈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이런 모든 요소가 인물들의 개성을 풍부하게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 좋았다
영화가 너무 변태스러워서 명작, 세기의 아름다운 사랑! 이런 수식어를 붙이고 싶지는 않고
우아한 손길로 만들어낸 그들만의 염병 정도로 정의하고 싶다
어떻게 보면 로맨틱 코미디가 따로 없었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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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피투게더(1997)
- 영화록
- 2023. 3. 9. 23:20
왕가위 감독의 <해피투게더>를 봤다
기빨리는 내용일 것 같아서 안보고 미뤄두기를 어언 300년....
어쨌든 양조위와 장국영이 나오는데 안보는건 도리가 아닌 것 같았다
영화는 생각외로 전혀 안잔잔하고 도파민 폭발하는 자극적인 내용이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양조위랑 장국영이 연인인데 둘이 끊임없이 깨어졌다 붙었다 하는 내용
어떻게 보면 팬픽감성인데 또 어떻게 보면 무지 현실에 있을 법한 사람들같다
영화는 첫 장면부터 보영(장국영)과 아휘(양조위)의 강렬한 베드신으로 시작한다
이 영화 이런 영화니까 싫으면 보지 말라는 선전포고같다(정작 그뒤로는 베드신이 안나오지만)
연인인 그들은 대책없이 홍콩을 떠나 아르헨티나로 가서 이과수 폭포를 보러 간다
하지만 차는 고물인데다, GPS도 네비게이션도 없는 시대라 자꾸 딴길로 헤맨다
가장 문제인건 보영이다 뭐든 아휘가 다 하도록 시켜놓고 불평만 하는 보영은 최악의 길동무다
설상가상으로 차가 퍼져서 아휘가 차를 밀도록 시킨 뒤에 한참을 차를 타고 가버린다
완전히 가버린게 아니고 가다가 멈춘게 어디인가 싶지만, 그게 오히려 더 열받기도 함
왜 서로 싸웠을때 장난이랍시고 한 행동이 더 서운한 거 있잖음
하여튼 둘은 결국 이과수 폭포에 도달하지 못하고 헤어진다
헤어진 이후 아휘는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싸구려 탱고바에서 호객꾼일을 한다
홍콩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티켓을 살 돈도 없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비참한 원룸에서 쪼들리며 돈을 모은다
나오는 풍경이라고는 하나같이 후줄구레한 뒷골목인데 왕가위 렌즈 뒤에서는 그것조차 분위기 있어 보이니 신기한 노릇이다
엉망진창 인생을 수습하려고 노력하는 아휘 앞에 야속하게도 다시 보영이 나타난다
그것도 연인이라기보단 물주처럼 보이는 남자를 옆에 낀 채로
보영은 아휘와 정반대의 성향이다
절망속에서도 어떻게든 계획을 세우고 미래를 생각하는 아휘와 달리 보영은 현재의 쾌락만을 쫓는 사람이다
MBTI로 치면 J형과 P형의 최악의 조합이다
아휘는 구렁텅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보영을 멀리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지만 생각대로 될 턱이 있나
아휘가 마음 굳게 먹어봤자 맞아터진채로 나타난 보영 얼굴 앞에선 속수무책이다
결국 아휘는 다친 보영을 돌봐주고 먹여주며 동거를 시작한다
가만 내버려두면 어디가서 혼자 죽어버릴 것같은 이 위태로운 남자를 아휘가 무슨 수로 내버려 둘 수 있을까
정말 상처인건 보영이 아휘가 자신을 버릴 수 없다는 사실을 너무 잘 알고 그걸 이용한다는 것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보영이 아파서 아휘를 떠날 수 없을 때 아휘는 가장 행복감을 느낀다
그야말로 어찌할 도리가 없는 상황들
보영은 원래 그렇게 생겨먹은 놈이다 아휘를 사랑하지만 습관적으로 아휘에게 상처주는 일을 한다
아휘는 보영을 사랑하는 것이 최악의 선택임을 알면서도 어찌할 도리가 없다
영화는 크게 보면 아휘의 성장영화기도 하다
보영으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인생을 살아보려고 한다
그런데 성장해서 더 나은 사람이 된다는 것이 반드시 행복을 보장하지 않는다
최악의 상황에서 이상하게 행복감을 느낄 때도 있다
보영과 아휘는 함께할 때 가장 행복하지만 그건 그들의 관계가 건전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앞에서 이야기했던 것과 같은 맥락으로, 건전한 관계가 반드시 최상의 행복을 약속하지도 않는다
보영과 아휘가 함께 탱고를 추는 장면은 그런 모순적인 행복의 극치다
피아졸라의 탱고 음악은 위태롭고 둘은 절망적인데 서로를 너무나 사랑한다
후줄근한 나시며 남방을 입고서 지저분한 빌라 구석에서 추는 탱고가 그렇게 아름답다
영화의 재밌는 점은 보영이 망나니긴 하지만 또 그렇게 악의가 있는 것도 아니고, 아휘가 착하지만 또 나쁜 짓을 하지 않는 것도 아니라는 부분이다
보영이 정말 열받는 건 아휘를 사랑하면서 자꾸 그따위로 행동을 한단거다
온갖 일탈은 다 저지르고 적반하장으로 나오면서 천사같은 얼굴로 사람을 어쩔 수 없이 용서하게 만든다
아휘는 보영이 다쳐서 왔을 때 속으로 그 시간이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보영의 여권을 충동적으로 숨겨버리기도 한다
아휘의 소심한 반항은 결국 파국을 불러온다
보영은 여권을 내놓으라고 난장판을 만들고, 아휘는 그 모습에 속이 상한다
여권을 달라는 건 자신을 언제든지 떠나겠다는 선언이 아닌가
그렇게 둘의 동거는 끝나버린다
영화에서 가장 눈물 났던 장면은 둘이 헤어진 후 아휘가 녹음기를 들고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우는 부분이다
주위에 아무 듣는 사람이 없는데도 차마 말을 못한다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은데 시작하면 모조리 쏟아질까봐 억눌러 담는 것 같기도 하다
아휘는 그 녹음기에 대고 무슨 말을 하고 싶었을까
꼭 <화양연화>마지막에 양조위가 앙코르와트의 어느 기둥에 자기 비밀을 털어놓는 장면이 떠오른다
못다한 말이 많은 양조위는 왕가위 영화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테마다
보영과 아휘가 헤어진 후, 아휘는 홍콩으로 돌아가기 위해 고된 일을 하며 돈을 모은다
보영이 없는 아휘의 삶은 외롭고 행복하지 않지만 그것만이 이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올 유일한 방법이다
이 영화의 뛰어난 점은 삶의 아이러니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사람들이 왜 끊임없이 잘못된 선택을 할까?
왜냐하면 '해피투게더'라는 제목처럼 같이 있으면 행복하니깐
그 관계가 자신의 삶을 파멸로 몰고갈지라도 행복하니까
삶은 그다지 합리적이지 않아서 가끔 인간이 이해하기 힘든 공식으로 작동하기도 한다
나는 아휘가 식당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틈틈히 이과수 폭포로 갈 계획을 세우는 부분이 너무 슬펐다
보영과의 관계가 마치 오랫동안 이어질 수 있는 평범한 관계인 것처럼,
든든한 연인처럼 그를 데리고 갈 여행 계획을 세우면서 혼자 너무나 행복해한다
함께 웃으며 여행을 할 미래는 오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외면하면서 최면을 걸듯이 말이다
보영이 사온 이과수 폭포가 그려진 스탠드의 두 사람처럼 그 곳에 함께 가는 것을 꿈꾸며 아휘는 얼마나 행복해 했나
스탠드 그림에는 두 사람이 그려져 있는데 결국 그 곳에 간 건 아휘 혼자였다
스탠드에 그려진 모습은 평온하고 아름다웠는데 막상 혼자 도착한 폭포는 아름답다기보다는 거대하고 파괴적이다
폭포에서 물이 눈도 못뜰 정도로 튀는데, 좀 뻔한 비유지만 아휘의 슬픔같다는 생각을 했다
아휘의 말로 다 못할 슬픔이 거대한 폭포로 쏟아져내리는 것 같다
아휘가 진짜 폭포에 가있을때, 보영은 아휘가 없는 아휘의 방에 찾아와 폭포 스탠드를 멍하니 바라본다
폭포 앞에 있는 두 사람의 그림이 눈에 띈다
아휘는 이걸 해보고 싶었구나 문뜩 깨닫는다 뒤늦게 후회와 그리움이 몰려온다
악착같이 일해서 비행기 삯을 다 모은 아휘는 다 털고 홍콩으로 돌아간다
홍콩에 가기 전에 대만에 들러,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친구로 지냈던 장의 부모님 가게를 찾아가본다
장과 아휘는 중식당에서 같이 일했던 사이인데 외로운 타지 생활에서 서로 유일한 친구가 되어준다
장은 왕가위 특유의 디테일이 묻어나는 캐릭터인데, 어렸을 때 눈이 좋지 않아서 소리를 아주 잘 듣는다는 설정이다
아휘가 전화하는 소리를 듣고 그에게 흥미를 가진다
영화 내에서 명확하게 장과 아휘의 관계를 정의내릴 단서는 없지만 뭔가 느낌상으로 서로를 좋아했던 것 같다
특히 마지막 작별인사를 나눌 때 포옹하는게 묘하다
아휘가 장을 보러 대만에 갔던 것은 새로운 사랑이 시작될지도 모른다는 여지와 함께 그의 성장을 보여주는 듯하다
그는 상처만 주는 파괴적인 사랑을 떠나 이제는 조금 더 성숙하고 안정된 사랑을 할 준비가 된 것같다
하지만 그는 이제 행복할까? 마지막 부분을 보는데 끊임없이 그런 의문이 들었다
아르헨티나에서 보낸 한철이 대만의 화려한 야경 속에서 한여름 밤의 꿈처럼 흐릿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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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2022)
- 영화록
- 2023. 3. 2. 18:10
비행기에서 시간 떼울 겸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을 봤다
신비한 동물사전 시리즈는 1편은 그럭저럭 볼만 했는데 갈수록 상태가 나빠지고 있다
2편은 영화관에서 봤는데도 무슨 내용인지 하나도 생각이 안날 정도로 그저 그랬다
3편은 최악이다
사실 신비한 동물사전 시리즈에 내가 예술성이나 탄탄한 서사를 기대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마법 장면이 멋지고 캐릭터가 매력적이면 그걸로 된거라고 생각한다
근데 놀랍게도 이 뻔한 두가지만 챙기면 되는 영화에서 두가지 모두 놓치고 있다
먼저 이 영화가 마법장면에서의 시각적 쾌감이 아예 없느냐, 하면 그렇지는 않다
분명 꽤 근사하고 기발한 CG장면들이 있긴함
근데 그걸 보고 마법 뽕이 차느냐? 물어보면 답은 아니오다
기술적으로는 뛰어나지만 훨씬 옛날에 나온 해리포터보다 마법의 매력은 적게 느껴진다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신비한 동물사전에 나오는 마법사들이 주문을 외우지 않는다는 거다
이들은 주문을 제대로 외우지도 않고 지팡이를 근사하게 휘두르지도 않는다
이런 과정이 유치하고 불필요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원래 작은 형식과 디테일이 정체성을 만드는 거다
뭐든지 손짓 하나로 휘리릭 하면 마법이 걸리니까 마법이라기보단 초능력 같다
나노테크놀로지로 마법처럼 수트를 입고 벗는 아이언맨보다 시리즈 초반에 철갑이 철컥철컥 조립되는 아이언맨이 더 '맛'이 사는 것처럼 말이다
유치할지라도 목이 터져라 주문을 외우면서 싸우는 해리포터쪽의 마법이 더 재밌다
두번째, 캐릭터의 문제를 말하자면 일단 주인공(이긴 한건지 이제 의문이 들 정도의) 뉴트 스캐맨더의 활약이 없다시피하다
뉴트는 사회성은 좀 떨어지지만 마법 동물들에 대한 열정적인 몰입과 순수하고 엉뚱한 심성이 매력적인 캐릭터다
1편에서는 정반대의 성향을 가진 티나와 콤비를 이루며 좌충우돌하는 모습이 재미있었는데
이번 편에서는 티나의 분량이 아예 실종이라 뉴트 캐릭터와 부딪혀가며 재밌는 씬을 만들어낼 캐릭터가 아예 없어졌다
지하 감옥에서 춤을 추는 장면은 이 작품에서 유일하게 마음에 드는 그나마 뉴트다운 장면이었다
줄거리 상에서 뉴트다운 엉뚱발랄한 해결책이 등장할 틈이 없다
모든 판은 그린델왈드와 덤블도어에 의해 철저하게 짜여져 있을 다름이라, 뉴트는 그 위에서 영 어울리지 않는 장기말처럼 행동한다
에디 레드메인이 아무리 연기를 잘하면 뭘하나.. 스토리상 뉴트가 뉴트다워질 수 있는 장면이 하나도 없는데
또한 덤블도어와 그린델왈드의 서사가 뉴트와 너무 톤이 다르다
둘의 애증의 사랑 잘 알겠다... 중년의 이혼 게이 설정 매력있다
근데 이게 너무 다크해져서 뉴트랑 아예 따로 노는 모양새다
특히 매즈 미켈슨은 무척 좋아하는 배우지만 그가 무게를 잡고 나오니까 이게 프랜차이즈 마법 영화가 아니라 한니발이 되어버리는 느낌이다
차라리 아예 무게를 더 잡아서 이건 애들 보는 영화 아니다! 다크 판타지!! 하고 선언을 해버리면 괜찮을지도 모르겠는데
그 무시무시한 그린델왈드가 기린 선택이나 조작해서 대통령(?)이 되려고 하는게 가오가 영 안살음
비주얼이랑 연기만 보면 마법부따위 다 전복시키고 군림하는게 더 맞아보인다
덤블도어 캐릭터는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우리가 알던 호호할아범 덤블도어 교장선생님에게 꽤 핫한 과거사가 있단게 충격적이긴 하지만
그 양반 살짝 쎄한 구석이 있던 건 해리포터를 본 사람이라면 다 아는 사실이다
무엇보다 주드로 특유의 살짝 예민한 인상이 젊은 덤블도어 역할에 어울린다
조연쪽의 문제를 말하자면 끝이 없다
1, 2편 내내 주요 떡밥이었던 크레덴스 역할이 이게 끝?
알고보니 그는 덤블도어의 조카였습니다~ 아빠 만나고 다시 착해짐
이거하려고 전편 내내 그렇게 떡밥을 뿌려왔던 걸까?
그리고 퀴니는 그렇게 쉽게 돌아설거면 애초에 왜 배신을 한건지 이해가 안간다
배신을 한 동기, 그리고 다시 착한 쪽으로 돌아선 동기 모두 설득력이 부족하다
그냥 퀴니가 까리한 올블랙 착장을 한걸 보고 싶었던 감독의 개인적인 욕망이었다면 이해가 간다
솔직히 퀴니가 올블랙이 잘 어울리긴 함
제이콥 캐릭터는 이 무매력의 영화에서 그나마 존재감 있긴 했다
머글인 그가 지팡이를 휘두르면서 신기해하는 모습도 재미있고, 평범했던 남자에서 사랑을 위해 용기를 내고 성장하는 서사도 감동적이다
힉스교수와 유서프는 비주얼을 매력적으로 뽑아놓고 분량이 너무 적다는 생각이 들었다
백인밭인 영화에서 생색내기 용으로 던져놓은 유색인종 캐릭터라는 인상
그렇게 대놓고 백인 파티 할거면 유럽, 북미에서만 놀든가 왜 선거는 또 오리엔탈리즘 가득한 판타지 동양에서 하는거임?
정말인지 안일하고 인종차별적인 구상이다
하여튼 보면서 웃음이 나올 정도로 못만든 영화였다
연기 못하는 배우들이 하나도 없는데 이렇게 산만할 수 있다니 이것도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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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 1. 25. 14:37
화제의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보고 왔다
보고 온 친구들 마다 불타오르길래 대체 어떤 영환가 싶어서 별 생각 없이 봤는데
나도 불타오르게 돼버림...
스포츠물을 별로 좋아해본적이 없는 나도 정말 재미있게 봤다
조목조목 따져봐도 어디하나 흠잡을데 없이 완성도 높게 만들어진 수작이다
농구를 소재로 한 작품 답게 농구 경기 연출에 있어서 알못이 봐도 디테일이 정말 뛰어나고
실제 경기를 보는 것 마냥 가슴이 뛰도록 장난없게 만들었다
캐릭터별로 체형이나 근육의 묘사가 디테일하게 차이나고 움직임 스타일이나 습관까지 구현해냈다
집착적일정도로 공을 들였고, 중간 중간 깨알같은 선수들의 세레모니같은 것도 재밌었다
경기 연출이 작품에서 가장 걸출한 부분임은 틀림없지만, 그렇다고 다른 요소가 빠지는 것도 아니다
각 캐릭터의 매력과 서사가 짜임새있게 경기 중간중간 들어가 있어서 처음 접하는 사람도 푹 빠질 수 있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신파로 가거나 뇌절하지도 않고 적당한 감동 코드를 넣어서 담백하게 경기 장면이랑 어우러진다
나는 원작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이 보러 가서 원래 송태섭이 주인공인줄 알았는데
원래 원작에는 거의 서사가 없다시피 한 송태섭이라는 캐릭터를 주축으로 새롭게 극장판을 만들었다고 한다
참 도전적인 시도인게 사실 원작 주인공 냅두고 다른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써서 좋은 말 듣기가 쉽지 않다
자칫하면 원작의 인기 캐릭터들이 찬밥신세라는 팬들의 분노를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원작에는 없던 오리지널 스토리로 신선함을 주면서, 다른 캐릭터들의 매력도 충분히 살렸다
나는 보면서 강백호가 제일 좋았는데 얘가 원래 주인공인 줄 몰랐음 ㅋㅋㅋㅋ
극장판의 장점을 논할 때 음악과 사운드가 빠지면 섭하다
배경 음악은 따지고 보면 그렇게 많이 나오지도 않고, 대부분은 코트 위에서 뜀박질 하는 소리와 탕탕탕탕 드리블 소리만 많이 나지만 적재적소에 쓰여서 나올 때마다 강렬한 인상을 준다
특히 오프닝은... 그냥 미쳤다 한 오천원주고 오프닝만 다시 보고 나오고 싶다
종이에 연필로 러프하게 주전 선수들 한명한명이 스케치 되면서 낮은 프레임의 애니메이션으로 걸어나오기 시작할 때
귀를 쨍하게 울리는 드럼소리로 오프닝 음악이 심장을 울린다
시청각적으로 너무나 만족스러운 동시에, 원작 팬들이었다면 종이 속에 있던 북산고 캐릭터들이 살아서 움직이기 시작한다는 전율에 몸을 떨었을 듯 하다(물론 TV판 애니메이션이 이미 존재하긴 하지만)
또 음악이 좋았던 부분은 바로 "송태섭 뚫어!!!" 부분
농구선수치고 매우 불리한 168의 체격을 가진 송태섭이 상대팀 세 명에게 둘러쌓여 존 프레스를 당하는데
어찌할 수 없이 답이 안보이는 그 순간에 그를 응원하는 "송태섭 뚫어!"라는 목소리와 함께 장벽을 뚫고 질주하는 부분
속도감과 역동성이 장난이 아니다
쬐끄맣고 야무진 녀석이 폭발적인 스피드로 상대팀을 돌파하는 이 장면을 보면 송태섭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됨
이 장면과 너무나 찰떡같이 쨍하고 거친 락 사운드가 플레이 되는데 햐...
경기 중간중간 회상으로 나오는 송태섭의 우울하고 정적인 과거사가 마치 상대팀의 존 프레스처럼 느껴지면서
농구의 수비를 돌파하는 동시에 자신의 트라우마를 깨고 나오는 위대한 서사로 읽히는 거다
하여간에 정말 영화를 재밌게 봤는데 하나 걸렸던 부분은 송태섭의 가족사...?
빻았다기 보다는 그냥 아시아의 가부장제가 참 잘 재현되어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송태섭네 가족은 일찍 아버지를 잃는데, 이 때 슬픔에 잠겨있는 어머니에게 태섭의 형인 준섭이 다가가 "이제 제가 우리집의 주장이 될게요."라고 말한다
주장이 된다는 말은 즉, 집안 가장 자리의 승계
준섭과 태섭은 이제는 우리가 엄마를 지켜드려야 한다며 단단해지기로 마음 먹는다
참 기특한 아들들이긴 한데 좀 걸리는 부분이 있는게, 아버지가 돌아가셨으면 어머니에게 그 권력이 가는게 아니라
아들에게로 돌아가는것이 참 미묘하게 느껴졌다
가장이란 것은 아무래도 책임과 권력이 동시에 있는 위치이니깐
그리고 준섭이 태섭에게는 어머니를 지켜드리자며 이야기했지만 여동생인 아라에게는 그러지 않았다는 점
(물론 아라가 너무 어려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그렇게 치면 준섭이나 태섭이도 겁나 어림)
어머니는 돌봐야할 연약한 존재고 아버지에서 아들로 가장의 승계가 이루어져야만 평안한 가족이 될 수 있다는 것
그러나 가장의 자리를 승계했던 준섭은 얼마 안가 사고로 세상을 뜨고,
그 자리를 응당 물려받아야 할 태섭은 너무 어리고 철이 없어서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적합한 승계'가 이루어지지 않은 가정은 위태로운 모습으로 묘사된다
물론 가족 구성원들의 줄초상으로 극심한 트라우마를 입은 가정의 모습이라고도 볼 수 있겠으나
그렇다기엔 영화의 서사 자체가 태섭이가 형 준섭의 '가장'으로서의 지위를 스스로 승계받고 어머니에게 든든한 아들이 된다는 서사긴 하다
왜 아버지의 빈 자리는 꼭 아들이 채워야 하는가? 그냥 어머니 자신 또는 딸이 채우거나 빈 채로 냅두면 안되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가장의 부재는 반드시 가족 내의 모순으로 환원될 수 밖에 없다는 가부장제의 논리가 명확하게 보이는 대목이었다
(그 논리를 사회 대부분이 수용하고 있기에 이런 장면이 자연스럽게 보이는 것이고)
이런 비판적인 생각을 하면서 한편으로는 흑흑 태섭아 ㅠㅠㅠ하면서 우는 두 개의 심장을 가진 여성이었다...
하여튼 너무 재밌고 간만에 심장 뛰는 영화였다
각 캐릭터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각각 백만자정도 있지만 글이 길어질 것 같으므로 이만 줄인다
또 보러 가야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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