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2022)
- 영화록
- 2023. 3. 2. 18:10
비행기에서 시간 떼울 겸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을 봤다
신비한 동물사전 시리즈는 1편은 그럭저럭 볼만 했는데 갈수록 상태가 나빠지고 있다
2편은 영화관에서 봤는데도 무슨 내용인지 하나도 생각이 안날 정도로 그저 그랬다
3편은 최악이다
사실 신비한 동물사전 시리즈에 내가 예술성이나 탄탄한 서사를 기대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마법 장면이 멋지고 캐릭터가 매력적이면 그걸로 된거라고 생각한다
근데 놀랍게도 이 뻔한 두가지만 챙기면 되는 영화에서 두가지 모두 놓치고 있다
먼저 이 영화가 마법장면에서의 시각적 쾌감이 아예 없느냐, 하면 그렇지는 않다
분명 꽤 근사하고 기발한 CG장면들이 있긴함
근데 그걸 보고 마법 뽕이 차느냐? 물어보면 답은 아니오다
기술적으로는 뛰어나지만 훨씬 옛날에 나온 해리포터보다 마법의 매력은 적게 느껴진다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신비한 동물사전에 나오는 마법사들이 주문을 외우지 않는다는 거다
이들은 주문을 제대로 외우지도 않고 지팡이를 근사하게 휘두르지도 않는다
이런 과정이 유치하고 불필요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원래 작은 형식과 디테일이 정체성을 만드는 거다
뭐든지 손짓 하나로 휘리릭 하면 마법이 걸리니까 마법이라기보단 초능력 같다
나노테크놀로지로 마법처럼 수트를 입고 벗는 아이언맨보다 시리즈 초반에 철갑이 철컥철컥 조립되는 아이언맨이 더 '맛'이 사는 것처럼 말이다
유치할지라도 목이 터져라 주문을 외우면서 싸우는 해리포터쪽의 마법이 더 재밌다
두번째, 캐릭터의 문제를 말하자면 일단 주인공(이긴 한건지 이제 의문이 들 정도의) 뉴트 스캐맨더의 활약이 없다시피하다
뉴트는 사회성은 좀 떨어지지만 마법 동물들에 대한 열정적인 몰입과 순수하고 엉뚱한 심성이 매력적인 캐릭터다
1편에서는 정반대의 성향을 가진 티나와 콤비를 이루며 좌충우돌하는 모습이 재미있었는데
이번 편에서는 티나의 분량이 아예 실종이라 뉴트 캐릭터와 부딪혀가며 재밌는 씬을 만들어낼 캐릭터가 아예 없어졌다
지하 감옥에서 춤을 추는 장면은 이 작품에서 유일하게 마음에 드는 그나마 뉴트다운 장면이었다
줄거리 상에서 뉴트다운 엉뚱발랄한 해결책이 등장할 틈이 없다
모든 판은 그린델왈드와 덤블도어에 의해 철저하게 짜여져 있을 다름이라, 뉴트는 그 위에서 영 어울리지 않는 장기말처럼 행동한다
에디 레드메인이 아무리 연기를 잘하면 뭘하나.. 스토리상 뉴트가 뉴트다워질 수 있는 장면이 하나도 없는데
또한 덤블도어와 그린델왈드의 서사가 뉴트와 너무 톤이 다르다
둘의 애증의 사랑 잘 알겠다... 중년의 이혼 게이 설정 매력있다
근데 이게 너무 다크해져서 뉴트랑 아예 따로 노는 모양새다
특히 매즈 미켈슨은 무척 좋아하는 배우지만 그가 무게를 잡고 나오니까 이게 프랜차이즈 마법 영화가 아니라 한니발이 되어버리는 느낌이다
차라리 아예 무게를 더 잡아서 이건 애들 보는 영화 아니다! 다크 판타지!! 하고 선언을 해버리면 괜찮을지도 모르겠는데
그 무시무시한 그린델왈드가 기린 선택이나 조작해서 대통령(?)이 되려고 하는게 가오가 영 안살음
비주얼이랑 연기만 보면 마법부따위 다 전복시키고 군림하는게 더 맞아보인다
덤블도어 캐릭터는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우리가 알던 호호할아범 덤블도어 교장선생님에게 꽤 핫한 과거사가 있단게 충격적이긴 하지만
그 양반 살짝 쎄한 구석이 있던 건 해리포터를 본 사람이라면 다 아는 사실이다
무엇보다 주드로 특유의 살짝 예민한 인상이 젊은 덤블도어 역할에 어울린다
조연쪽의 문제를 말하자면 끝이 없다
1, 2편 내내 주요 떡밥이었던 크레덴스 역할이 이게 끝?
알고보니 그는 덤블도어의 조카였습니다~ 아빠 만나고 다시 착해짐
이거하려고 전편 내내 그렇게 떡밥을 뿌려왔던 걸까?
그리고 퀴니는 그렇게 쉽게 돌아설거면 애초에 왜 배신을 한건지 이해가 안간다
배신을 한 동기, 그리고 다시 착한 쪽으로 돌아선 동기 모두 설득력이 부족하다
그냥 퀴니가 까리한 올블랙 착장을 한걸 보고 싶었던 감독의 개인적인 욕망이었다면 이해가 간다
솔직히 퀴니가 올블랙이 잘 어울리긴 함
제이콥 캐릭터는 이 무매력의 영화에서 그나마 존재감 있긴 했다
머글인 그가 지팡이를 휘두르면서 신기해하는 모습도 재미있고, 평범했던 남자에서 사랑을 위해 용기를 내고 성장하는 서사도 감동적이다
힉스교수와 유서프는 비주얼을 매력적으로 뽑아놓고 분량이 너무 적다는 생각이 들었다
백인밭인 영화에서 생색내기 용으로 던져놓은 유색인종 캐릭터라는 인상
그렇게 대놓고 백인 파티 할거면 유럽, 북미에서만 놀든가 왜 선거는 또 오리엔탈리즘 가득한 판타지 동양에서 하는거임?
정말인지 안일하고 인종차별적인 구상이다
하여튼 보면서 웃음이 나올 정도로 못만든 영화였다
연기 못하는 배우들이 하나도 없는데 이렇게 산만할 수 있다니 이것도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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