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보고있는 드라마!
무슨 컨텐츠든 감상한 후에는 후기를 쓰기로 결심했으므로 귀찮음에도 짧게 쓰려고 한다.
고전 작은 아씨들은 여러번의 영상화로 재해석 되었다.
솔직히 소설은 읽다가 말았는데 영화는 여러편 보았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대략적인 캐릭터들과 줄거리는 알고 있다.
리더십있고 심지가 굳은 첫째 언니 메그, 고집세고 제멋대로이며 작가가 되고 싶어하는 둘째 조
피아노를 잘 치고 선량하지만 몸이 약한 베스, 잘 기억이 나지 않는 막내 에이미(마지막으로 나온 작은 아씨들 영화의 플로렌스 퓨 이미지만 떠오르는데 이게 원작의 성격이랑 얼마나 비슷한지 잘 모르겠다.)
이웃집 소년 로리와 부자인 대고모도 떠오른다.
소녀들이 자기만의 삶을 찾아가는 복작복작한 성장 이야기인 원작의 캐릭터들을 따와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었다.
자매들 특유의 서로를 싫어하면서도 사랑하고 의지하는 관계는 비슷하지만
그 외의 이야기는 미스터리와 위험, 비밀, 막대한 돈을 향한 욕망으로 이루어져 있다.
1. 여성성
여성적이다, 남성적이다 나누는 것이 낡은 구분임은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회에서 '여성스럽다'라고 했을 때 생각나는 속성들이 있다.
섬세하고, 부드럽고 뭐 그런 것들.
사회에서 그러한 소위 '여성적'인 속성으로 하여금 여성들에게 채워왔던 족쇄가 있다.
여자는 '섬세해야 해', '부드러워야 해'
많은 여성들, 그리고 나 또한 그러한 속성에서 벗어나 강인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린다.
'여성적 속성'들은 그리하여 남성의 차별과, 여성의 혐오를 동시에 받는 대상이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는 여성의 자기 혐오로 이어진다.
섬세함을 가진 자신에 대한 부정.
물론 이런 관점이 아직 여성에게 '여리여리함'을 강요하는 한국 사회에서 시기상조일거라는 생각은 든다.
하지만 어쨌든 나는 성별의 고정관념을 부정하고자 기존의 여성성을 혐오하고 남성성(공격적이고 거침없는)을 숭상하는 것에 뭔가 아이러니가 있다고 늘 느꼈다.
2. 오인주
드라마 작은 아씨들은 기존의 여성성을 재생산하지도, 그것을 혐오하지도 않는 독특한 위치의 관점을 가진다.
원작의 메그에 해당하는 드라마의 첫째 언니 오인주는 가난한 집에서 자라 눈치를 많이 보는 낡고 지친 평범한 회사원이다.
그런 그녀가 회사의 유일한 친구 화영 언니의 죽음 이후에 20억의 주인이 되면서 목숨을 걸고 모험의 세계로 뛰어 든다.
겁도 많고 늘 주눅들어 있는 인주는 처음에는 어설프게, 그렇지만 서서히 대담한 변화를 보여준다.
마치 난초 도둑공주처럼 피기 전에는 평범하지만 피어나면 아름답고 화려해지는 모습으로.
그녀는 거침없고 능력있는 타입은 아니다. 오히려 때로는 적나라한 찌질함을 보여주며 속물적이다.
그럼에도 용기있는 인주의 변화를 시청자인 나는 응원하게 된다.
여성의 찌질함, 부족함을 솔직하게 보여주는 컨텐츠는, 남성의 찌질함을 전시하는 무수한 컨텐츠의 수에 비해 절대적으로 적다고 할 수 있다.
돈과 권력에 대한 적나라한 욕망을 드러내는 남자에 대한 영화가 백편쯤 있는데 반해 여성의 적나라함은 보여주기가 쉽지 않다. 왜냐하면 그것은 자주 여성을 공격하는 편견으로 이용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여자들은 사치를 좋아해.', '여자들은 공주가 되고 싶어해.'
남성들이 비싼 차를 가지거나 건달들의 대장이 되어 허세를 부리고 싶다는 한심한 욕망을 내비칠 때는 가오있다며 좋아하면서 말이다.
여성 서사가 있는 컨텐츠에서 여성은 늘 능력있고 프로페셔널한 모습으로 비추어진다.
유능한 여성의 모습은 멋지다. 하지만 그것은 때로 여성은 유능하지 못하면 안된다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남성은 무능해도 잘만 산다. 하지만 여성은 늘 전문성 있는 자신을 증명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산다.
오인주는 여자들도 남자들도 안좋아하는 촌스러운 핑크색 쉬폰 스커트 차림을 자기가 마음에 든다며 입는다.
나는 '공주처럼 살고 싶은' 오인주의 솔직함이 좋았다.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혐오의 대상이 되는 한물간 여성성을 '뭐 어때' 하며 입어버리는 그의 태도는 당당해보인다.
아무튼 남자버전으로는 백번쯤 본 것 같은 돈에 대한 욕망과 찌질함을 여성들이 연기하는 이 드라마는 신선하다.
아직 몇 화 못봤지만 더 보고 쓸 거리가 떠오르면 또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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