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아씨들 끝까지 다 보고 쓰는 후기

1. 싱가포르 에피소드

세련된 싱가포르 도시 풍경을 배경으로 속고 속이는 이 드라마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에피소드가 나왔다.

진짜 한 화 내내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게 도파민 풀충전이었음.

인주는 도일과 함께 700억을 찾는다는 은밀한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난초경매에 참여하러 싱가폴로 향한다.

그런데 난초경매장에서 인주는 자신과 똑같이 생긴 사람을 봤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런저런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인주는 도일을 믿어도 될지 의심한다.

이 에피소드에서 좋았던 점은 늘 칙칙한 옷만 입고다니던 인주가 우아하게 꾸미고 나타나는 것.

그리고 은근 허영심 있는 인주가 자기 모습에 놀라는 장면

갑작스럽게 상상도 못했던 화려한 세계에 진입해서 불안하면서도 꿈꾸는 듯한 인주의 심리가 잘 보인 것 같았다.

진짜 이 드라마는 개연성이 이게 맞나? 싶을 때 김고은이 미친 연기로 다 끌어가는 것 같음.

 

2. 그럼에도 불구하고 

싱가포르 에피소드 이후의 전개는 조금 허술하게 느껴졌다.

사실 정서경  작가가 그렇게 설정을 치밀하게 쓰는 편은 아닌 것 같다.

정란회가 저렇게 정재계와 언론을 꽉 잡고 있는 무시무시한 조직이면서 

왜 자꾸 이 소시민 세자매를 못 건들고 직접 찾아와도 다 놔주는지...

대놓고 푸른 난초 놓고다녀도 안걸리고 부검 결과 조작할 정도의 힘이 있는데

뉴스 나오는 건 왜 못막는지...

장장 12화를 끌어온 정란회의 미스터리가 너무 허무하게 끝난 것도 좀 그랬다.

그냥 꽃들고 사람 죽이는 돈많은 집단이잖음 ;; 

다만 인물의 심리나 관계에 있어서는 설득력 있게 극을 끌어가서

스토리가 좀 얼기설기해도 납득이 되는 부분이 있는 듯.

마지막에는 좀 고급스러운 막장드라마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주요 사건이 일어난 후에 정리할 시간도 안주고 바로 더 자극적인 사건으로 넘어가버림

그래서 지루하지 않긴 한데, 아무래도 개연성이라든가 정교함은 떨어진다고 생각했다.

 

3. 결말은 마음에 든다

마지막 즈음에는 극의 완성도보다는 캐릭터에 정이 들어서 계속 봤다.

우리 인주가 누명을 벗고 700억을 받아야 하는데..!

결론적으로 700억은 아니지만 300억과 한강뷰 아파트를 받아서 마음이 편안해졌다.

고생 많이 한 인주가 그정도는 받아야지 그럼...

남의 것을 훔치면 안된다 식의 교훈적인 결론이 났으면 정말 짜증났을거다.

어차피 이 드라마는 죄다 뒤틀려있는데 인주라도 행복 해야할 것 아닌가

용두사미까진 아니지만 용두용미도 아니었던 드라마였다.

후반부는 조금 아쉬웠지만, 다양한 여자 캐릭터들이 각자의 욕망을 품고 갈등하는게 신선했고

사랑에 돌아버린 미친 놈들도 많이 나와서 재밌게 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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