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반게리온 다카포(2021)
- 영화록
- 2022. 10. 21. 20:08
신극장판이 명작이라고 하긴 뭐하지만 그래도 에반게리온 시리즈에 작별을 고한다니까 뭔가 애틋해지는 기분이다
이야기는 신지때문에 세상이 90%쯤 망한 상황에서 시작한다
신지는 완전히 멘탈이 나가서 좀비같은 상태임
나라도 그럴 것 같음... 예전에 봤을 땐 저런 찌질한 주인공이 다있나 싶었는데
지금 보면, 주변 어른들이 보듬어주면서 오냐오냐 해줘도 한창 예민해질 시기에
온통 자기한테 공격적인 사람한테만 둘러싸여서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는데
애가 정신병이 안올수가 없다
사실 누가 좀만 착하게 대해주면 사르르 녹는 앤데 참...
애비가 진짜 잘못했다
그냥 평범한 환경에서 컸으면 좀 소심하긴 해도 애가 성실하고 똘똘하니깐 의젓하게 자랐을듯
아무튼 신지는 보기 안쓰러울 정도로 맛이 가서 밥도 안먹고 가만히 있기만 한다
그런 신지의 마음을 여는 건 레이다
레이는 생존자들이 이루고 있는 작은 마을에서 온갖 일을 하면서 파일럿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처럼 산다
뭔가 어떻게 보면 레이의 힐링 귀농일기같아서 좋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중딩한테 자꾸 엄마역할 시키는 것 같아서 ㅈ같음
레이가 원래 설정상 엄마와 관련이 있긴 하지만 솔직히 그런 장면들은 좀 패티쉬적인 목적으로 넣은 것 같아서 별로였다
패티쉬 하니까 생각 났는데, 영화 보면서 아스카 옷 좀 입혀라 소리가 절로 나옴
원작도 그런 장면이 꽤 있긴 하지만, 20년도 넘게 지났는데 이런 건 그만 할 때도 되지 않았나?
원작보다 더 노골적으로 팬티를 보여줘서 좀 비위상했다 중학생이잖아 미친놈들아....
아무튼... 마을 장면들은 뒤쪽의 거대한 액션과 스펙터클과 대비되게 하기 위해서 그런지 차분한 분위기였다
조용한 나날이 계속되는 가운데 신지는 레이 덕에 기운을 조금 차리려고 하는데
레이가 펑.... 네
에반게리온 특유의 멘붕시키는 연출이 또 나왔다
근데 갑자기 또 신지는 그것 때문에 정신을 차리고 에반게리온에 타겠단다
사실 미쳐버린게 아닐까?
아무튼 레이의 희생으로 뭔가 깨달음을 얻은 듯한 신지가 모두를 돕겠다며 함선에 탄다
함선의 대장은 미사토!
원작 볼 때 가장 좋아했던 캐릭터가 미사토였다
겉으로는 철없는 척 하면서 사실 속은 시커멓게 탄 이중성이 너무 좋았다
과감하고 능력있는 것도 좋았고
유쾌했던 모습은 전부 사라지고 네르프에 대한 분노만 남아 차가워진 미사토는
신지를 그다지 믿지 않는 듯 하다
이야기는 신지 입장에서 보면 소원했던 인물들과 관계를 하나씩 회복해나가는 과정이다
레이, 아스카, 미사토 그리고 신지애비
사실 영화 줄거리가 난해하게 흘러가기 때문에 이해를 위해서는 신지와 인물들의 관계에 대한 비유적인 이야기로 보는 편이 편한 것 같다
극단적인 상황에서 모두와의 관계가 끊어지지만, 다시 용기를 내어 하나씩 회복해가는 것이
어떻게 보면 이야기의 큰 흐름인 것 같음
아무튼 신지는 미사토와의 관계를 회복하고 다시 에반게리온에 타게 된다
미사토가 마지막으로 희생하면서 모자 벗고 옛날처럼 머리 풀고 나오는데 눈물났다 ㅠㅠㅠㅠ
신지는 무슨 마이너스 우주??인가 뭐시기에 에반게리온을 타고 가는데
거기서 인류를 싸그리 멸망시키려는 애비를 설득해서 못하게 한다
신지애비 과거가 조금 나오는데, 요약하자면 사람이랑 소통을 잘 못하고 공부만 파고들던 놈이 사랑에 빠져서
미친 짓을 했다는 거다
유이가 남자보는 눈이 좀만 좋았어도 ㅠㅠ 세계가 안망했을텐데
음침한 놈 사귀지 말라는게 영화의 교훈이 아닐까?
애비와 달리 좀 찌질하긴 해도 천성이 착한 신지는 그를 말리고 결국 에반게리온 없는 세계로 세계를 다시 쓰는데 성공한다
포스터에 나온대로 안녕, 모든 에반게리온 인 셈이다
팬들 입장에선 슬프지만 우리 파일럿 중딩들이 평범한 생활하면서 행복하게 살면 좋겠긴 함
결말은 마마마가 생각났다. 에반게리온 없어도 되는 세상을 만들고 희망차게 끝났다
맑은 하늘 아래로 도시풍경이 보이면서 엔딩곡이 나오는데 노래가 참 좋았다
EOE부터 그랬지만 이 감독은 꾸준히 오타쿠들한테 갓생살라고 요구하는듯
이제 레이신지인지 아스카신지인지 그만 싸우라며 모두에게 공평하게 마리신지를 주다니
그치만 오타쿠들은 그런 결말을 보면 더 과몰입하면서 이전 작품만 100번 더 본다
감독은 하나만 알고 둘을 몰랐던 것이다
결말에 화가 나진 않았는데 그냥 갓생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감독의 메시지대로 오타쿠짓 그만하고 이제 건강한 인생을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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