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제이(2016)

이 영화를 보게 된 이유는 오로지 영화가 넷플릭스에 있고 1시간 20분밖에 안되며, 엄마와 함께 볼 영화를 찾고 있었기 때문이다

잘못된 영화를 골라서 긴 시간을 낭비하는 불행을 피하고 싶었던 우리는 망해도 부담없는 1시간 20분의 영화를 골랐고

솔직히 내 취향의 영화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같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보니까 나름대로 괜찮았다

 

영화는 후줄근한 인상의 중년 남자가 우연히 과거에 연인이었던 여자를 슈퍼에서 만나면서 시작된다

어색해보이는 둘은 오랜만에 만난 기념으로 커피나 한잔 하기로 하는데,

커피 한잔이 술한잔이 되고... 어쩌다보니 과거 연인이었을 시절로 추억여행을 하게 된다

고등학교 시절 그대로 남아있는 남자의 방을 둘러보면서 그들은 서로가 얼마나 잘 맞는 짝이었고 사랑했는지

생각하며 되돌릴 수 없는 과거에 행복함과 괴로움을 함께 느낀다

 

영화를 보면서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틀림없다고 확신했었는데

다 보고 찾아보니 남자 주연 배우가 감독이었다 ㅋㅋㅋ 얼추 비슷하게 맞춘 것 같다

그런 생각을 했던 이유는, 굳이 자기 얘기가 아니었다면 만들 이유가 없는 좀 평범한 이야기기도 하고

딱히 흑백이 어울리는 미쟝센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굳이 흑백영화로 찍은 것이 감상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또 남자 역할에 대한 구구절절한 자기연민이 영화 내내 진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영화 내내 느껴지는 강렬한 자아는 세련되었다고 하긴 어렵지만 또 그걸 빼고 영화를 만들 순 없을 것 같다

그게 이 영화의 정체성이기 때문이다 

예쁜 첫사랑이 갑자기 나한테 와서 미련을 보였으면 좋겠다! 라는 솔직한 욕망이 드러나는데

조금 유치할 정도로 노골적이라 오히려 불쾌하게는 안느껴졌다

과거에 대한 미련과 회한, 자신들이 이뤘을 수도 있었던 행복한 미래

그러나 어리석은 선택으로 오지 않은 그 미래에 대한 끊임없는 후회

지금의 사랑으로 과거의 과오를 모두 바로 잡고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망상

나는 중년이 아니라 그런지 감정적으로 완전히 공감할 수는 없지만

엄마에게는 약간 공감대를 자극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았다

 

블루제이는 그들이 과거에 갔던 극장의 이름인데, 대충 그들의 지나가버린 청춘을 의미하는 게 아닐까 싶다

고등학교시절이 타임캡슐처럼 담겨있는 남자의 방에서 그들은 추억을 발굴하면서 정신없이 웃는다

웃고 있는데 이상하게 쓸쓸하고 슬픈 장면이다

영화는 오랫동안 울지 못했던 여자가 갑작스럽게 울음을 터트리면서 끝을 맺는다

터져나오는 눈물이 신기하고 기쁜 듯이 둘은 웃는다

지나가버린 추억에 대한 우리의 감정과 비슷하다 기쁘면서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