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2022)

올해 본 가장 이상한 영화

그런데 올해 본 가장 감동적인 영화였다

 

미국으로 이민해 가족과 눈맞출 시간도 없이 바쁘게 세탁소를 운영하는 주인공 에블린(양자경)은

세무서에서 면담을 하는 날 갑자기 다중우주의 존재를 알게된다

다른 세계의 남편이 현 세계의 남편에게 접속해서 말을 걸어 온 것..!

소멸 위기에 처한 우주를 지킬 운명이 평범한 아시아 이민자인 에블린에게 있다고 한다!

평범했던 주인공이 구원자로 선택받고 각성하는 이야기는 어디서 백번쯤 본 것 같지만

그 주인공을 아시아계 중년 여성으로 바꾸고, 도라이같은 b급감성을 듬뿍 퍼준다음,

그걸 또 양자경의 고급스러운 연기로 한번 버무려주고,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버금가는 환각적인 연출로 마무리하면

그 어디서도 본 적이 없는 독창적인 영화가 탄생한다

 

b급 같지만 보다보면 메시지가 따뜻한 영화나 드라마를 좋아한다

나같은 취향의 사람에게는 크리스마스 선물 세트 같은 영화

뜬금없이 난무하는 숭한 드립들이 너무 웃겼음 ㅋㅋㅋㅋㅋ

성적인 드립이 있긴 하지만 더러운 섹드립이라기보단 '으엑ㅋㅋㅋ'하는 숭한 느낌이라 마음 편하게 터졌다

트로피가 좀 거시기하게 생겨서 신경쓰였는데... 예... 진짜로 그렇게 쓰인다

중간에 엉덩이 맞는 사람도 감독이라고 들었다 감독 이상한 사람이 확실한듯

아무튼 그게 사실 핵심은 아니고, 그런 숭함이 있는 가운데 이야기가 참 따뜻하고 재밌었다

 

에블린은 멀티버스 접속에 성공해서 다른 우주에서 완전히 다른 인생을 살고 있는 자신을 보게된다

그 에블린들도 그 우주에서 나름대로의 이야기를 진행하는데,

각 에피소드들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클라이맥스로 향한다

조부 투파키는 모든 세계의 자신들과 연결된 후, 각각의 삶이 무의미하는 결론을 내리고

아무 의미도 없이 고통스러운 세상을 없애버리려고 한다

하지만 에블린은 같은 과정을 겪으면서도 삶을 긍정한다

불교는 쥐뿔도 모르지만 이런게 불교에서 말하는 해탈이라는 걸까

 

이런 이야기 구조에서 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가 떠올랐다

각각 다른 시대의 사람들의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이것이 묘하게 맞물려서 하나의 메시지를 만든다

사실 영상화하기에 썩 적당한 소재는 아니라 호불호가 꽤 갈리는 영화였는데 나는 좋아했다

'모든 것은 연결되어있다'

두 영화 모두 이런 메시지를 가진 것 같다

클라우드 아틀라스 각 시대의 주인공들은 꿈꾸던 일에 기적적으로 성공하기도, 비참하게 실패하기도 한다

벤 위쇼가 연기하는 천재 작곡가는 사랑하는 연인을 끝내 만나지 못하고, 재능을 인정받지도 못하고

곡 하나만을 남기고 자살을 선택한다

하지만 그의 죽음이 비극적인 끝만은 아니다

죽은 작곡가의 음악은 다른 시대의 사람들에게 전해지고, 

전혀 다른 모습이지만 그는 다시 태어나 전생의 자신의 음악에 묘한 향수를 느낀다

 

설사 이번 생에 실패하고 고통받는다고 해도, 그것이 끝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왠지 마음이 편해진다

이 영화에서도 클라우드 아틀라스처럼 다른 삶을 사는 자신들이 있다

영화의 메시지를 명확하게 머릿속으로 정리하지는 못하겠지만

뭔가...뭔가 아무튼 그런 따뜻함과 아련함이 있음

이 삶이 조금 실패했다고 모든것이 허무하게 끝나지는 않을 거라는 기분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