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브 사이코 100 1기(2016)

귀여운 모브와 사기꾼이지만 괜찮은 어른인 레이겐이 나오는 초능력물 겸 퇴마 만화

 

전통적인 소년만화가 평범했던 주인공이 '외적인 힘'을 성장시키며 각성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면

모브 사이코는 이미 외적인 힘은 최강인 주인공이 내면의 성장을 경험하는 이야기다

다른 소년만화에서도 내면적인 성장이 이루어지기는 하지만

보통 장르에 맞는 특수한 종류의 깨달음이 주를 이룬다

'모두를 지켜내겠어!', '친구들을 지킬거야!'

반대로 이 만화는 일상세계의 상식과 상통하는 깨달음을 얻는다

'아이들은 힘들 때는 어른에게 맡기고 도망가도 된다'라든가

'센 힘을 가지고 있다고 남을 괴롭히면 안돼'라든가

건강하고 상식적인 메시지를 갖고있는 점이 참 매력적인데

만화를 많이 보지 않은 사람들은 조금 지루하게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기존 소년만화 공식을 비튼 메시지가 유쾌하고 인상적인 작품이기 때문에

소위 만화 좀 본 사람들, 기존 장르의 공식을 꿰고 있는 사람들이 봐야 재밌다

공식대로 흘러가는가 싶더니 뒤통수를 탁 때리는 지점들이 포인트다

 

시게오(=모브)는 조금 소심하고 존재감이 부족하지만

어디 꼬인데 없이 순하게 잘 큰 평범한 중학생이다 

강력한 힘을 가진 시게오가 평범하게 잘 큰 이유는 곁에 레이겐이라는 스승이 있기 때문

스승이라지만 사실 아무런 능력도 쓸 줄 모르는 사기꾼 영능력자다

어릴 적 감정의 폭발로 힘을 조절하지 못해 동생을 다치게한 모브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레이겐의 사무실에 상담차 방문한다

아무렇게나 달래보려고 한 말에 모브는 뜻 밖의 위로를 얻게되고

레이겐 사무실의 알바생으로 일하게 된다

 

이 애니에서 제일 판타지라고 생각되는게 레이겐이었다

시게오가 순하게 잘 자라난 것은 레이겐이 옆에서 잘 이끌어준 덕분이라고 치고,

그런 레이겐의 가르침을 받아서 힘을 가지고 심술궂게 사는 사람들에게 

그러지 말라고 가르치는 시게오까지는 이해가 간다

근데 레이겐은 구체적인 언급은 없지만 학창시절에 외롭게 지내온 것 같고

가족과의 관계도 소원한 것 같은데 원만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사회성을 키우기 어려운 환경에서 용케 혼자 건강한 사회성을 길렀다

아마도 레이겐과 시게오가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었던 것 같다

 

나도 누군가를 가르쳐본 경험이 있는데,

가르침을 받은 사람만 실력이 느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도 배우는 점이 있었다

가르친다는 것이 어쨌든 두 사람간의 관계이니 만큼, 일방적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내가 전하는 것이 있으면 받는 것도 있다

레이겐이 번지르르하게 건낸 별 의미없는 위로의 말이 시게오의 눈빛을 반짝거리게 했을 때

레이겐 또한 무의식적으로 책임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가지는 책임감만큼 우리를 성장시키는 것도 없지 않은가

이렇게 의도치 않은 방식으로 서로를 위로하고 더 강하게 만들어준다

비단 시게오와 레이겐의 관계 뿐만 아니라 

에쿠보, 리츠, 하나자와, 육체개조부 부원들, 손톱의 일원들과의 관계에서도 

이런 메시지가 보이는 점이 참 따뜻하다

 

나이가 들수록 자극적인 것보다는 담백한 맛을 찾게 되는 것 같다

넷플릭스를 필두로 좀비와 고어, 섹스가 지나치게 흔해진 요즘에

이런 다정한 메시지가 있는 작품을 보니까 기분이 산뜻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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