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브 사이코 100 2기(2019)

모브 사이코 2기는 1기에 비해 조금 무거운 분위기다

1기가 모브의 우당탕탕 성장일기였다면 

2기에서는 모브가 좀 더 아픈 시련을 겪게 된다

 

1. 모가미 케이지

 

모가미 케이지라는 최강의 악령과 싸우는 에피소드가 있는데

여기서 시게오는 초능력도 가까운 가족과 친구들도 없이 홀로 괴롭힘을 당하며 몇개월을 버틴다

외롭고 삭막한 가상의 삶에서도 시게오는 특유의 순한 천성을 잃지 않으려 노력한다

하지만 악령 모가미 케이지는 시게오를 계속해서 괴롭혀서 자신처럼 타락하게 만드려고 한다

사람을 가장 나쁜 상태에 몰아넣고 "봐봐 그게 너의 본성이야 거부하지마"라고 말하는 것이다

참 치사한 방법이 아닐 수 없다

주변 환경이 좋으면 마음이 여유로워지고

모두가 자신을 공격하는 환경이라면 자신도 공격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시게오가 몇 개월간 지내게 되는 가상의 환경은 온통 흑백으로 음울하게 연출되는데

너무 끔찍하고 슬픈 마음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지켜보기 힘든 에피소드였다

결국 모가미 케이지는 시게오를 몰아붙여서 흑화 직전까지 몰고가는데 성공한다

모가미 케이지가 가장 지독한 악령인 이유는 그 힘이 강력하기도 하지만

다른 악령보다 더 교묘하게 머리를 써서 사람을 괴롭히기 때문인 것 같다

다행히 흑화 직전에 에쿠보의 도움으로 기억을 되찾고 멘탈을 회복하게 된다

모가미는 어떤 면에서 잘못 자란 모브같은 존재다

모가미가 시게오에게 겪게 한 시련들은 본인이 생전에 겪었던 것을 비슷하게 재현한 것인 듯하다

원래는 정의로운 영능력자였지만, 아픈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악착같이 돈을 벌어야했고

그 과정에서 끊임없이 이용당한 나머지 자신이 공격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처절한 방어기제가 생긴 모양이다

끔찍하기도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하는 악역이었다

 

2. 레이겐의 정체

 

2기 중반에는 방송에 나가 인지도를 높여보려던 레이겐이 그만 함정에 빠져

모두에게 사기꾼 영능력자라고 비난받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시게오는 레이겐으로부터 정신적으로 독립해서

평범한 중학생 소년처럼 친구들과 즐거운 나날을 보낸다

혼자 남겨진 레이겐은 인터넷, 잡지 할 것 없이 모두에게 거짓말쟁이라고 비난받는

사상 초유의 위기를 맞이하게 되고, 기자회견을 결심한다

항상 뺀질한 말투로 여유로움을 과시하는 레이겐이지만

이번에는 정말로 빠져나갈 구멍없는 궁지에 몰린 것이다

바로 그때 기자회견장의 카메라와 마이크가 공중으로 날아오른다

모두가 경악하는 그 장면이 TV로 생중계되고, 레이겐은 간신히 위기를 벗어난다

당연하지만 아무 능력도 없는 레이겐이 아니라 시게오가 한 일이었다

부끄러워하면서 시게오에게 자신의 정체를 알았냐고 물어보는 레이겐

하지만 시게오는 그런 건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고 말한다

시게오가 레이겐을 처음 찾아 갔을 때 그가 해주었던 말을 되돌려준다

"좋은 녀석이 되어라"

"좋은 녀석이에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니 이 장면 너무 심하게 감동적이다

처음부터 그런 건 신경도 쓰지 않았던 시게오였다

그냥 자신에게 따뜻한 말을 해주고 굳은 신념으로 이끌어주는 그가 좋았을 뿐이다

어찌보면 이 만화에서는 사람들이 혹할만한 화려한 겉모습을 초능력에 비유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화려한 겉모습에 누구나 이끌리지만, 사실 정말 중요한 건 따뜻하고 친절한 마음이라는

하도 많이 말해져서 진부하게 들리기 쉬운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것 같다

 

1기에서 진정한 어른으로서 시게오를 이끌어주는 레이겐의 모습이 나왔다면

2기에서는 흘러가는대로 아무렇게나 살던 레이겐을 붙잡아준 시게오의 모습이 나온다

서로에게 구원받으면서 구원해주는 이야기는 왜 이렇게 보기만 해도 좋은 걸까...

이 에피소드를 기점으로 레이겐이 시게오를 일방적으로 가르쳐주는 관계에서

서로에게 용기가 되는 관계로 한단계 성장해나간다는 인상이 있다

 

귀여워!

 

3. 손톱

 

마지막으로, 지난 1기에서 떡밥을 잔뜩 뿌렸던 손톱이라는 정체불명의 단체와 대립하게 된다

최선을 다해 마라톤을 뛰(다가 기절하)고 돌아간 집은 활활 타고 있었고 부모님과 동생의 생사는 알 수 없어졌다

감정 폭주 상태가 될 뻔한 시게오를 겨우 에쿠보가 말리고,

손톱이 장악해버린 도시를 구하기 위해 레이겐을 비롯한 초능력자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인다

손톱이란 단체의 보스는 스즈키 토이치로라는 강력한 초능력자로

자신이 강한 힘을 가졌기 때문에 뭐든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다

스펙터클은 가장 컸지만 개인적으로 재미나 메시지는 다른 에피소드에 비해 조금 적었다

보스라는 사람이 말이야... 중학생 상대로 진심으로 싸우기나 하고!

오히려 아들은 흑막일것처럼 나오다가, 미친 아버지를 말리는 철든 아들로 나온다

건강한 정신의 참어른이 많이 나오는 이 만화에서 보기 드문 못난 어른이다

근데 또 생각해보면 현실에는 그런 어른들이 세계의 지도자로 많이 있으니까

현실 반영인가 싶기도 하다

 

흔한 48세와 중학생의 대화.jpg

자신의 최고의 힘을 가지고 있으므로 세계의 중심은 자기여야 한다는 푸틴스러운 생각을 하는 어른과

그를 한심하게 쳐다보는 중학생의 대화가 계속 된다

결국 시게오는 그가 힘을 쫓느라 잡지 못했던 소중한 것들을 상기시키며 그를 패배시킨다

솔직히 보스는 능력도 좀 노잼이고 사상도 노잼이라 그냥 흠.... 하면서 봤다

 

오히려 스즈키 토이치로의 부하 중 하나인 세리자와라는 캐릭터가 재미있었다

그는 강력한 초능력자이지만 그를 받아들여주지 않는 사회에 상처입고

히키코모리로 방구석에서 게임만 하면서 지내고 있었다

그런 그를 발굴해서 재능을 펼치게 해준 것은 스즈키였다

우산은 스즈키가 세리자와에게 준 선물이자, 그를 바깥의 상처로부터 지킬 안전장치이다

세리자와는 남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은 순한 성격이지만 스즈키를 자신의 구원자라 여기며

그의 명령은 무엇이든 수행하려고 든다

하지만 세리자와는 스즈키가 자신에게 의존하게 하여 이용할 뿐

진정으로 아끼는 것이 아님을 시게오와의 대화를 통해 결국 깨닫게 된다

그럼에도 그를 세상 밖으로 처음 꺼내준 스즈키에 대한 고마움을 완전히 버리지는 못하는 인물

앞에서 언급했던 모가미처럼 시게오가 만약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 없이 외롭게 컸다면

저렇게 될 수 있었을것 같다

 

세리자와는 이후 레이겐의 영능력 사무소의 신입 직원으로 일하게 된다

어리숙하지만 열정넘치고 순박한 아저씨다

늦게라도 초능력자 전담 오은영선생님인 레이겐을 만나서 다행이다

 

 

4. 온천여행

 

2기와 3기 사이에 나온 스페셜 에피소드 <영 기타 등등 상담소 포상휴가>

영능력 사무소가 이보가미 온천으로 사건 해결 출장 겸 휴가를 떠나는 내용을 그린다

다 함께 기차를 타고 온천이 있는 지역으로 향하는 도중,

세리자와와 레이겐은 깜빡 잠들어서 이세계로 떨어지게 된다

목각인형마냥 뚝딱대는 신입 세리자와는 나가는 방법을 알지만 

상사의 자존심을 상하게 해서는 안된다는 규칙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말을 하지 않아서

모두 즐거운 온천 여행을 즐기는 와중에 레이겐만 이세계에서 생고생을 하는 웃지못할 에피소드가 생긴다

큰 내용은 없지만 귀여운 초능력 중딩들이 힐링하는 모습이 참 마음이 따뜻해진다

 

홀로 이세계에 떨어진 레이겐

겨우 제자의 도움으로 이세계 문제를 해결하고, 온천을 즐기게 된 레이겐

어쩐지 아이들보다 더 들뜬 모습이다

역시 자기전에는 베개싸움을 해야한다며 신이 나서 말을 꺼내보지만

아이들은 유치하다며 모두 거절하고 시무룩한 얼굴로 잠을 청해본다

레이겐의 어린 시절에 대한 작은 떡밥이 아닌가 싶다

직접적인 언급은 없지만 지금까지 슬쩍슬쩍 나온 떡밥을 보면 과거가 순탄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스페셜 에피소드답게 소소하고 힐링되는게 참 좋았다

3기 완결을 기다리며 이만 글을 줄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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