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하기

내 자신의 온전치 않음을 인정하는 일은 어렵다.

나의 지난 과오, 실수, 우유부단함에서 비롯된 수많은 잘못된 결과들. 

나는 아주 쉽게 자기 혐오에 빠져드는 성격이라, 그런 것들에서 내 잘못을 찾고 있노라면 한도 끝도 없이 굴을 파고 들어갈 수가 있다.

그렇게 우울함과 절망에 가득 차게 되면 빠져나오는데는 한참이 걸리기 때문에 아예 시작조차 하지 않으려 한다.

문제는 내 과오를 인정하지 않으면 발전이 없다.

그리고 과오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무너지지 않을 튼튼한 멘탈이 필요하다.

그러니까 계속되는 악순환인 셈이다. 

어떻게 벗어나야할지 계속 고민 중이다.

 

어제 잠자기 전에는 내가 나 자신에 너무 매몰되어 있다는 생각을 했다.

내 자신의 고통과 우울에 너무 끊임없이 신경을 쓰다보니 나 이외의 다른 존재에 대해 너무 관심이 없는 지도 모르겠다.

마치 치과치료를 받을 때 같다.

치아와 잇몸에 느껴지는 뾰족한 금속의 감각과 소음에 모든 신경이 집중되어서 내 신체의 다른 부위에 감각이 있다는 것을 까먹게 된다.

그래서 가끔 치과에서 내 몸의 다른 부분에도 감각이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기 위해 손가락이나 발가락을 슬쩍 꼼지락거린다.

잇몸에 느껴지는 소름끼치는 감각에서 조금 벗어날 수 있다.

어쩌면 이 악순환에서 벗어날 방법도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