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파는 나라(2019)
책은 한국 국제입양의 실태를 고발하는 내용이다
어릴 적 TV에서 한번도 만나본적 없는 새 부모와 살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입양을 떠나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자주 보았다
매체에서는 몹시 감상적이고 슬픈 톤으로 그 장면을 보여주었고, 나 또한 그 슬픈 장면에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너무나 자연스럽고 익숙하게 보아왔던 그 장면이 얼마나 기괴한가 생각했다
한국은 세계 어디에도 없는 '대리 입양 제도'를 실시했던 국가로, 양부모가 될 사람들이 한국을 방문하여 아이를 접견하지 않고도 '해외 직구'를 하듯이 아이를 쇼핑할 수 있는 나라였다
'아동 복지회'라는 이름을 단 사기관들은 입양 브로커 짓으로 막대한 수수료를 해먹고
1세계 백인들은 자신의 신앙심과 자비로움을 전시하기 위해 한국 고아들을 마구 사들였고
대한민국 정부는 정부가 해야할 일을 사기관에 떠넘겨버리고 피해자가 발생하든 말든 방관했다
거의 인신매매에 가까운 사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매체에서는 그것을 어쩔 수 없는 비극인양 비추어왔다
이런 사실이 너무나 기가 막혔다
책에서는 세계 최대 아동 수출국인 대한민국의 국제입양이 결코 자연스럽지 않으며
다른 나라들과 비교했을 때 기괴하기 짝이 없는 일임을 수많은 근거를 가지고 꼬집는다
한국의 국제입양은 결코 '어쩔 수 없이' 벌어진 일이 아니었다
만약 '어쩔 수 없이' 고아를 국내에서 감당하지 못해 입양 보낸 것이라면, 상식적으로 고아가 가장 많을 한국 전쟁 직후에 국제 입양의 규모가 가장 커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한국이 올림픽을 열 정도로 급성장을 하던 70-80년대에 가장 큰 규모의 아동수출이 일어났다
책은 국제 입양의 역사를 집요하게 파헤치는데, 첫 시작은 정말인지 끔찍하다
한국 여성과 미군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아들의 존재를 지우고 단일민족이라는 망상을 지키기 위한 방책이 바로 국제 입양의 시작이었다
어이가 없는게 국가가 포주노릇해서 기지촌 성매매 만들었으면서 그 결과는 국가가 책임을 안지는 거다
하여튼 혼혈아들을 죄다 치워버리기 위해 시작된 국제 입양은, 70년대 들어서 한국과 미국 기독교 가정들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서 잘나가는 사업이 되었다
정말 부모가 없는 '고아'만 수출하면 물량이 부족하니까 이 단체들은 경제적 여력이 안돼서 잠시 기관에 맡겨놓은 아이, 잃어버린 아이(부모 모두 살아계시고 자기 입으로 부모 이름과 주소를 말해주는데도), 심지어는 유괴된 아이까지 팔아넘긴다
상식적으로 친부모가 살아 있으면 이들이 양육을 하고, 정말 여력이 안되어 부모가 포기할 경우에 국내입양을 먼저 시도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아이들은 국내입양을 시도조차 하지 않고 국제입양을 불과 몇개월만에 갔다고 한다
이게 대체 말이 되는 상황인 건지 ㅋㅋㅋㅋㅋㅋㅋ 이걸 국가가 방임했다는게 진짜 이해가 안된다
개인적으로 책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내용은 국제 입양이 꼭 '부자 나라에서 새 기회'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아이들은 자신의 의사와 상관 없이 다른 나라로 팔려나가 백인들이 가득한 사회에서 홀로 동양인으로 자라는데
이들은 정체성의 큰 혼란과 인종차별을 숨쉬듯이 겪을 수 밖에 없다
그런 고통에도 불구하고 양부모에게는 끊임없이 감사를 강요받는다
아이들이 원해서 간 것도 아닌데 말이다
책에 실려있는 국제입양인들과의 인터뷰를 보면, 그들이 얼마나 큰 스트레스 속에서 살아왔는지 여실히 느껴진다
또한 통계도 국제입양인들의 고통을 보여준다
비입양인에 비해 자살율이나, 우울증 유병율은 훨씬 높은 수치로 나타나고, 취업률은 낮게 나타난다고 한다
마치 바다에 살던 고래를 잡아서 전혀 다른 환경인 수족관에 넣어놓고 여기선 안전하고 먹이도 충분하니 오히려 고래가 고마워할 일이다 라고 하는 인간을 보는 것 같다
국제 입양에 대해서 막연히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설사 좋은 의도로 한 입양이라도
입양인 본인이 겪는 경험은 꽤 고통스럽겠구나 하는 걸 알게 됐다
개도국으로 여겨지는 나라들도 국제입양이 인신매매로 악용될 소지가 있어 금지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 놀라웠다
한국이 경제적으로나 제도적으로 손색없이 성숙한 나라이기 위해서는 아동 수출 문제를 '그땐 그랬지' 식으로 넘기는 대신에 적극적인 해결과 반성을 해야할 것 같다
한국 정부의 묵인 아래 적절한 절차 없이 국제 입양된 아동들이 해당 국가에서 제대로 시민권을 취득하지 못하고 추방된 사례가 책에서 나오는데,
이런 사례의 대다수가 한국출신 입양인에게 일어났다는 것이 충격적이다
추방입양인들은 한국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큰 경제적 곤란을 겪으며, 심지어는 자살로 몰리고 있다
국가에 의한 가해이고 살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 열심히 팔아치우고 그들이 학대당하든 시민권을 취득하지 못하든 신경도 안썼으면서
이제는 여자들 보고 아이를 왜 안낳냐고 호통을 치는 나라...
정말인지 저출산으로 망해도 할 말 없는 나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