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록

페미니즘의 도전(2005)

구하구하 2023. 1. 19. 16:31

정희진의 <페미니즘의 도전>을 읽었다

지난번에 읽었던 우에노 치즈코의 책보다 좀 무겁게 느껴졌던 것 같다

다른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한국에서 일어나는 여성혐오를 다루고 있어서 그런가

 

1. 남성중심적 언어

 

저자는 페미니즘이란 새로운 시각이라고 말한다

기존 사회는 남성중심적이다

사회에 존재하는 각종 차별과 편견은 물론 제도와 의식에 이르기까지 남성중심적이지 않은 것은 없다

저자는 다양한 예시를 드는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바로 남성중심적인 언어이다

왜 '여성과 인권', '여성과 사회', '여성과 법'라는 과목은 있는데 '남성과 ㅇㅇ'이라는 과목은 없는가?

그것은 애초에 인권이란 남성의 권리이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고 일반적인 언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언어는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기를 다소간에 가지고 있다

저자는 성매매를 가리키는 용어가 역사적으로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설명하며 예시로 든다

윤락여성 > 매춘여성 > 성매매여성

이렇게 변화해온 성매매여성에 대한 용어는 성매매에 대한 사회의 인식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윤락이나 매춘은 여성의 성을 즐기기 위한 것으로 여기는 철저한 남성 시점의 용어이다 

저자는 성매매여성 또한 정확한 말이 아니라고 말한다 

매매는 사고 파는 행위를 말하는데, 정확히 말하자면 여성은 판매만 하기 때문에 성판매여성이라는 말이 맞다

남성중심 사회를 보여주는 단어는 한도 끝도 없다

대부분의 '가정폭력'은 남편에 의해 아내에게 가해진다

아동을 아버지가 학대했을때 부자학대나 부녀학대라고 하지 않고 아동학대라고 한다

그런데 왜 가정폭력은 남편에 의해 아내에 가해지는 것이 명백한데도 아내폭력이라고 부르지 않는가?

이는 남편의 가해자성과 아내의 피해자성을 희미하게 하고, 사건을 중립화하려는 비열한 시도이다

저자는 이런 식으로 우리가 자연스럽다고 생각해왔던 모든 개념이 사실은 전혀 자연스럽지 않음을 밝힌다

사회를 이루는 여러 요소에 대한 '탈자연화', 즉 자연스럽게 생각했던 것이 사실은 특정 계급의 이데올로기를 담고있는 역사의 산물이라는 것을 밝히는 것

이것은 가부장제의 모순을 밝히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2. 여성의 탈정치화

 

탈정치화

나에게 탈정치화라는 말을 이해시켜준 것은 유시민의 '해일이 오는데 조개나 줍고있다' 발언이다

2002년에 개혁당 여성당원들은 당내 MT에서 일어난 성폭력 사건의 가시화와 해결을 촉구했다

당시 당원이었던 유시민은 이 용감한 여성당원들을 향해 '해일이 오는데 조개나 줍고 있다' 발언을 한다

한마디로 여성에 대한 폭력은 조개 줍는 것과 같이 사소하고 개인적인 일이고 '진짜' 정치가 아니며,

남성들이 하는 정치야 말로 진정한 정치라는 것이다

아주 간략하게 말하자면 탈정치화는 '네 얘기는 별로 중요하지 않아'라는 말이다

 

저자에 따르면 여성은 아주 오랫동안, 습관적으로 탈정치화되어왔다

길가다 만난 사람에게 주먹질을 당하면 누구든 바로 경찰을 부를 것이다

이 경우 피해자에게 가해자한테 좀 요령있게 굴어보지 그랬어, 둘의 일이니 알아서 해결해! 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남편에게 주먹질을 당한 여성은? 경찰을 불러봤자 가족 내의 일이니 알아서 해결하라는 말을 듣는다

전자와 후자는 모두 똑같이 맞았다, 아니 보통은 후자가 더 많이 맞는다 한대 맞고서 신고하는 아내는 없으니까

그런데 왜 전자와 후자를 대하는 우리 사회의 태도는 다른가?

가족내에서 일어나는 폭력은 사적인 것으로 간주되어 사회의 제지를 잘 받지 않는다

 

사적영역

저자는 사적(private)이라는 개념이 결코 자연적이지 않다고 주장한다

사적 영역은 산업화와 근대화 이후의 산물로 본디 가족과 일은 크게 분리되지 않았다

하지만 산업화 이후 출근후와 퇴근후의 삶이 분리된다

이 당시 등장한 평등사상은 당시 사회의 가부장제와 양립할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았다

모두가 평등하다고 주장해야하는데 여자는 거기에 속하면 안되는 것이다

집에서 일도 하고, 애도 돌보고, 섹스도 해주고, 수틀리면 맞아야 하니깐

이런 남성 사회의 모순에 의해서 '사적 공간'이라는 개념이 탄생했다

평등이라는 개념은 '사회'에만 적용되는데 이때 '사회'는 남성들이 활동하는 '진짜' 영역에 한정되는 것이고

여성들이 집안일을 하는 가정은 '개인'의 영역이기 때문에 사회가 간섭하면 안되는 것이다

마치 '다만'이라는 조항이 잔뜩 붙어있는 보험 약관마냥 평등사상은 이런 꼼수를 통해서 가부장제와의 모순을 극복하고 공존하게 되었다

 

'사적인'일이라는 것은 남성중심사회의 입맛에 맞게 마음대로 해석된다

남성이 배우자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것은 사적인 공간에서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사회에서 일어난 일보다 약하게 처벌되거나 처벌되지 않는다

그렇게 치면 가장 '사적인'일인 임신에 대해서는 참견을 멈추지 않는다

고등학교 2학년 때 한 남선생이 반 여자아이들에게 담배를 피지 말라고 했다

남녀 모두에게 금연을 권했다면 청소년의 건강을 염려하는 모범적인 교사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남자는 괜찮은데 여자는 임신을 해야하잖아."

흡연이 남성 정자 기능에도 이상을 일으킨다는 의학적 사실을 차치하고,

이 남교사가 여성의 임신에 자신이 무슨 참견할 권리가 있다는 듯이 거들먹거리는 것이 불쾌했다

앞으로 임신을 할지 안할지, 아니 결혼을 할지 안할지도 알 수 없는 어린 여자아이들의 임신에 그가 무슨 권한으로 참견을 한단 말인가?

 

남성이 다른 여성의 임신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일은 아주 흔하게 일어난다

소소하게는 거들먹대는 남교사에서부터, 크게는 법원의 임신 중단 위헌 여부 결정에까지 말이다

이러한 일들은 임신이 여성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일이라는 인식에서 일어난다

만약 임신이 사회문제라면 가정폭력이나 성폭력도 사회문제다

임신에 대해서는 모두가 입을 모아서 낳아라 마라, 낙태해라(여아살해) 하지 마라 하면서 

성폭력에 대해서는 개인간의 해결을 강요하고 사회가 나서는 것을 부적절하게 생각한다

무엇이 사회문제이고 아니고를 결정하는 기준을 생각해보면,

모든 기준이 남성권력의 편리함을 위해서임을 명백하게 깨닫게된다

'사적인'일과 '공적인'일이라는 기준은 그저 남성이 편리하게 여성을 다루기 위한 핑계일 뿐이다 

 

 

3. 남자는 왜 이해받아야 하는가?

 

이해하지 않아도 될 권력

아무래도 한국 사람이 쓴 책이다보니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현상들에 대한 분석이 꽤 많다

저자가 지적하고 나도 매우 공감하는 점이, 한국 사회의 남성성은 서양 사회의 그것과는 결을 달리한다는 점이다

서양의 남성성은 강인하고 고독한 마초적인 남성성이다

여성을 동등한 사회 주체로 인정하지 않고 자신이 보듬어야 하는 약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여성에게 무조건 신사적이고 배려를 하며, 가정을 책임져야한다는 '맨박스'가 존재한다

한국 사회의 남성들은 여성을 동등한 존재로 보지 않는다는 점은 동일하지만,

여성이 아니라 남성자신들을 피해자로 상정한다

남성은 그 많은 권력과 여성에 대한 폭력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불쌍하고 이해받아야 하는' 존재로 재현된다

"네가 이해 좀 해줘."

남성 가족들과 갈등이 있을 때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말이다

제멋대로 말도 안되는 행동을 해놓고 그걸 나한테 이해하란다

왜 반대로 나를 그들이 이해해주면 안되는가? 

"아빠/할아버지/남동생이 원래 좀 그렇잖아"

대답은 항상 같았다 원래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나를 이해할 수 없고 나는 그들을 이해해야만 한다

내가 보기에 남성들은 공감능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이해하지 않아도 되는 권력'을 가지고 있다

능력의 문제가 아니다 왜냐면 나도 아빠나 할아버지가 왜 그딴 행동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남자들이 감정표현이 서툴러서 그래"

남성들의 소통에 대한 의무를 무한히 면제시켜주고 여성에 모든 갈등 책임을 전가하는 마법같은 말이다

소통은 호의에서 나오는 무료제공 서비스같은 것이 아니다 

소통에는 어마어마한 에너지와 상대의 의도를 짐작하는 복잡한 상상력이 필요하며, 인간 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노동이다

그런데 이 노동은 오로지 여성의 몫으로 넘겨지는 것이다

 

성(姓)=자원

저자가 또 하나 지적했던 것이 성(姓)은 자원이 맞다는 거다

(다만 성매매를 합리화하고 싶어하는 남성들의 주장과는 결을 달리한다)

소통이 그렇듯이 성 또한 무한으로 무료 제공되는 서비스가 아니다

성은 여성이 가지고 있는 하나의 자원이고 여성은 그것을 마음대로 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성은 로맨스의 옷을 입고 여성의 것이 아닌 것처럼 군다

"사랑한다면 해줘야지."

로맨스라는 달달한 껍질 안에는 여성이 남성에게 섹스를 무상제공해야 한다는 논리가 숨어있다

섹스를 무상제공하기를 거부하고 자신에게 돌아오는 조건을 따지는 여성은 계산적인 여성이 된다

섹스를 유상제공하는 여성은 사회가 멸시하는 창녀가 된다

이런 관점이 물론 성매매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다는 것을 안다

내 말은 성매매가 맞다 그르다 이런 말이 아니라, 

몇천년간 이어져온 남성중심사회가 여성이 제공하는 자원의 값어치를 얼마나 적극적으로 후려쳤는지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여성이 반드시 해야하는 것 중 하나로 여겨지는 임신을 생각해보자

임산부의 사망률은 전쟁터에서 죽을 확률보다 높다

전쟁에서 돌아온 남성은 영웅취급받고 나라에서 훈장과 연금을 준다

그런데 임산부는 영웅취급은 커녕 출산 후 육아를 떠맡고 직장에서는 해고된다

왜 임산부의 일은 존중받지 못하고 '당연히' 해야할 일이며 전쟁에 나갔다온 남자는 영웅이 되는가?

 

소통, 섹스, 임신같은 당연한 일로 왜 유난이야?라는 생각이 든다면

당신은 남성중심사회의 이데올로기에 푹 젖어 그것만을 기준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다

하나 하나 생각해보면 끝도 없다

살림은 왜 하찮은 일인가? 독거노인 인구는 여성이 70%로 훨씬 많은데 정작 고독사의 85%는 남성이다

복지 전문가들은 남성노인들이 제대로 살림을 꾸리지 못해서 고독사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살림하는 사람이 없어서 죽어버리는 주제에 왜 살림을 무시할까?

여성이 제공하는 자원은 모두 평가절하되고 무료이며 당연한 것이고 안주면 나쁜 여성이 된다

 

 

4. 남자 아이돌 덕질과 페미니즘: 타자화

 

남성중심사회에서 여성이 타자화되는 방식을 저자가 설명하는 걸 읽는데 

나는 갑자기 내가 하는 아이돌 덕질이 떠올랐다

사회에서 남성들이 여성에게 행하는 온갖 타자화가 남자 아이돌 덕질판에서는 여성이 남성에게 하는 것으로 성반전된다

아이돌 덕질이 페미니즘 운동이라거나, 케이팝이 여성친화적이라는 말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여성이 주 소비자인데도 여성혐오적인 태도를 자주 보이는 산업이고, 소비자 역시 여성혐오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하다

다만 꼭 사회에서 일어나는 여성 타자화의 성반전처럼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 일부 팬들은 남성 아이돌의 외모와 몸매를 품평하며, 살이 찌면 초심을 잃었다며 사정없이 욕한다

일부 팬들은 아이돌이 팬싸인회에서 무성의한 태도를 보였다며 공론화하고, SNS나 유료소통 앱을 통해서 하는 소통을 게을리 한다며 저격글을 올린다

남성 아이돌을 성적 대상화하기도 한다 가슴이나 엉덩이 부위가 노골적으로 보이도록 사진을 크롭해서 올리고

알페스(RPS:real people slash)라고도 불리는 남성 아이돌간의 성애적 사랑을 담은 팬픽을 창작하면서 논다

물론 모든 팬들이 그런 것은 아니다 일부 팬들은 몹시 혹독하게 이러한 행위를 도덕적으로 비판하며 팬덤에 자정을 요구한다

 

이런 일들은 특히 남성들의 엄청난 공분을 산다

일전에 여성들이 남성 아이돌들을 성착취한다면서 알페스를 공론화해야한다며 인터넷상의 남성들이 분노한 일이 있었다

물론 그들이 무시무시한듯이 말한 알페스가 그냥 평범한 아이돌 팬픽임이 드러나자 흐지부지됐지만...

일반 남성들은 물론, 아이돌을 하는 아이돌 남성 당사자도 이런 여성들의 행각에 분노를 드러내기도 한다

한번은 팬싸인회에서 한 여성 팬이 아이돌에게 안된다고 해도 여러번 애교를 요구했다

아이돌은 팬에게 자신도 사람이라면서 애교를 거부했다

이런 팬들의 행위는 옳고 그름을 떠나서 마치 남성중심사회의 성반전을 보는 것 같아 흥미롭다

또한 이에 대한 남성들의 반응이 (심지어 일부 여성들도) 분노로 점철되어 있는 것도 인상적이다

 

상당히 '발랑까져'있는 것 같은 위의 여성 팬들의 행동을 하나씩 생각해보자

 

외모와 몸매의 품평

살 찌는 것에 대한 비난

애교 강요

소통 강요

성적대상화

 

하나같이 너무나 흔한 남성들의 행동 양식처럼 보인다

물론 이런 행동을 하는 남성들이 잘못된 것이고 모든 남성이 그러지는 않는다는 변명을 하고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위의 행동들이 단순히 일탈적인 행위라면, 사회가 함께 공분하고 그를 끔찍한 사람으로 낙인찍어야 한다

현실은 그렇지 않아보인다 남학생들이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성희롱은 어린 나이에 장난, 호감으로 불리기 십상이며 

여자에게 살 좀 빼라고 말하는 것을 진지하게 문제삼는 사람은 없다

물론 주변 여성들에게 재수없는 놈으로 불릴 수는 있겠으나 이런 행동이 사회적 지위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다

 

위에서 기술한 아이돌 팬들의 행동이 옳고 그름을 따지기에 앞서 

왜 여자 아이돌 팬들의 행동은 변태적이고 과도한 것으로 비난받고, 남성들의 동일한 행동은 사회적으로 용인받는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남성에 의한 여성의 타자화는 너무나 제도화 되어있어 아무도 이상함을 느끼지 못하는 반면에

그 반대에 남성은 극도의 거부감을 느낀다

모든 것이 자신을 기준으로 짜맞추어져 있어서 자신은 가만히 타인들을 평가하고 마음껏 비웃으면 되었는데,

그 반대 상황에 놓여보니 기가 막히고 대단히 부조리한 일을 겪는 기분인 것이다

여성들은 일생동안 매일매일 겪는 일을 어쩌다 한 번 겪었다고 격분을 참지 못하는 남성들을 보면,

남성성이라는 개념이 얼마나 상대적이고 나약한 것인지 알 수 있다

만약 남성성이 혼자 굳건하게 성립할 수 있는 성질이라면, 남성들은 여성들이 남성을 타자화하는 것에 별 위협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남성들은 타자화된 순간 존재의 위기마저 느끼며 여성들을 향해 온갖 분노를 표출했다 

이는 여성을 끊임없이 타자화시키지 않으면 성립할 수 없는 남성성의 특징을 보여준다

 

 

5. 여성주의라는 새로운 시각

 

저자가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페미니즘이 새로운 시선이라는 점이다

저자에게 여성주의란 성차별을 극복하기 위한 운동 내지는 혁명(물론 페미니스트는 이런 것들도 할 수 있다)보다는,

기존 남성중심사회의 시각으로는 사회의 여러 모순을 해결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기존의 문제들을 바라보는 여성관점의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저자는 성폭력 범죄자의 흉악함만을 강조하여 비판하는 기존의 시각은 성폭력의 근본적인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성폭력이 일부 남성의 일탈이 아닌, 철저히 제도화된 산물로 본다

성폭력이 일어났을때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에게 원인을 찾으며, 가해자에게 법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관용적인 것은 그 증거이다

성폭력 범죄자 개인의 흉악함만을 비난하는 것은, 성폭력이 가부장제의 산물임을 교묘히 지우고 기존 남성사회의 책임을 회피하는 일이며 근본적 해결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는다

이처럼 저자는 기존 사회의 모순을 대한 한국 사회의 담론이 몹시 빈약하며 상상력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저자의 의견에 나 또한 공감한 것이, 인터넷에 올라오는 여러 사건들에 대한 반응을 보면 개개인의 잘잘못을 따지는 것만으로 여론이 흘러간다

예를 들어 시모와 며느리의 갈등에 대한 글이 올라오면 시모가 잘못했니 며느리가 잘못했니 따지기만 바쁘다

그러한 갈등이 일어날 수 밖에 없는 가부장제의 모순과 둘 사이의 갈등에서 쏙 빠져 소통을 면제받는 남편에 대한 이야기는 단 한마디도 나오지 않는다

나 또한 그런 사건들에 대한 글을 읽을 때 그저 잘잘못에 대한 생각만 해왔기 때문에 저자의 지적에 상당히 찔리는 기분이 들었다

 

요즘 수영을 열심히 하는데, 페미니즘은 운동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영을 할 때 내가 편한 자세나 자연스럽다고 여겨지는 자세로 하면 동작이 망가진다

직관을 거부하고 끊임없이 내 자세의 틀린점을 찾으며 갈고 닦아야만 좋은 수영 자세가 나온다

페미니즘 또한 자연스럽다고 느껴지는 직관을 거부해야 한다는 점이 비슷하다

물론 모범적인 동작이 정해져있어서 따라하기만 하면 되는 수영과 달리 페미니즘에는 정해진 답이 없다는 점이 다르지만

하여간 수영도 어렵고 페미니즘도 어렵다

편한 것만 따라가면 바보가 되기 십상이다

더욱더 노력하고 정진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