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브 사이코 100 3기(2022)
모브사이코 3기를 다 봤다
만화를 안봐서 정확히 모르겠지만 아마도 여기서 완결인듯 하다
이전 시즌과 마찬가지로 카게야마 시게오라는 남중생이 강력한 초능력 때문에 이런저런 일에 휘말리며 성장하는 내용이다
시게오의 초능력을 그대로 받아들여도 충분히 재미있고 감동적인 이야기지만,
누구나 겪는 사춘기의 불안한 감정이라고 해석하면 더 와닿는 이야기가 된다
작가도 애초에 자연스럽게 그런 쪽으로 해석되도록 의도한 것 같다
판타지의 재미있는 점은 때때로 현실적인 장르보다도 현실을 더 진실되게 나타낸다는 것이다
이제 사춘기를 지나온지는 꽤 오래되었지만 아직도 그때의 감정들이 기억이 나는데,
말로 설명하면 별 것 아닌 것 같은 친구나 가족간의 갈등이 세상이 무너질 듯이 크게 느껴졌던 것이 기억이 난다
심지어 지금도 그 때를 생각하면 가슴이 꽉 막히고 내가 한없이 작아지는 기분이 든다
내가 남들과 달라서 잘 섞이지 못한다는 생각이 매일 나를 짓누르던 나날들
사춘기의 고민들은 사소해보이지만, 사실 겪는 본인은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기분이지 않은가
모브사이코100은 한 개인이 겪는 사춘기의 널뛰는 감정을 초능력이라는 형태로 시각화해서 보여준다
시도때도없이 폭발하고 사고가 끊이지 않는 사춘기의 감정은 시게오의 초능력과 꼭 닮았다
시게오는 3기의 끝에서, 위험하다고만 생각해서 억제하고 밀어내려고 했던 또다른 자신을 받아들인다
이때 스승 레이겐이 하는 말이 너무 좋았다
"양면성은 모두에게 있는 거야"
시게오는 자신의 능력이 누군가에게 해를 끼칠까봐 늘 자신의 다른 면을 억제하고 살아왔는데
레이겐이 그것이 시게오 혼자만의 고통이 아님을 알려준다
어제 읽었던 책에서 외로움에 대해 이런 내용이 있었다
외로움은 다른 사람도 자신과 똑같이 외롭다는 사실을 알게될 때 덜해진다
레이겐 또한 자신이 잘난척은 다 했지만 사실 아무 능력도 없는 거짓말쟁이라는 양면성을 고백하면서
둘의 외로움은 공유되고, 조금 더 견딜만한 것이 된다
한쪽은 초능력을, 한쪽은 거짓말을 숨기고 싶어하지만 사실 그런 면들이 둘을 만나게 해주고 성장하게 해주었다
하... 두 캐릭터가 너무 좋다
외로운 사람들이 만나서 성장하는 이야기에 언제쯤 안울게될까
아마 할머니가 되어서도 이런 서사를 좋아할 것 같다
그 외에 좋았던 이야기들
사이코헬멧교와 브로콜리 나무 에피소드
사실 이 에피소드는 본 지 좀 오래되어서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하여간 에쿠보 때문에 코끝이 찡해졌던 기억....
이말년 만화에나 나올 꼬라지를 하고 사람을 울리는 에쿠보 진짜 어이없다
에쿠보는 세계 정복의 원대한 꿈을 이루기 위해 시게오를 배신할 마음을 품지만
어이없게도 시게오가 입은 해괴망측한 원숭이 티셔츠 때문에 그를 걱정하던 마음을 다시 떠올린다
결국 시게오를 위해 에쿠보가 희생하고, 모두가 에쿠보를 잊어버리지만
시게오만은 에쿠보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계속 갖고 있어서 다시 돌아오는 것까지..ㅠㅠ
시게오가 집에 돌아와서 아무 기억도 나지 않지만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너무 슬펐다
UFO 추적 에피소드
뇌감전파부의 쿠라타 부장은 UFO를 찾기 위한 자신의 시도에 진전이 없고,
아무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상황에 상처를 받고 뇌감전파부를 해체하기로 한다
지금까지 그냥 부실에서 과자나 까먹으려고 들어왔던 아무생각없는 부원들은 비상사태
쿠라타부장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 진짜 UFO 추적에 나서는데...
쿠라타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아이들이 너무 순수하고 따뜻하다 ㅠㅠ
그리고 신년에 아무 약속도 없어서 중딩들이 부른다고 가주는 레이겐도 웃김(대체 어떤 인생을 살아온 것임...)
보통 이런 만화에서는 결국 UFO는 못찾지만, ~중요한 건 우리들의 마음~ 대충 이런 전개로 가는데
이 범상치 않은 만화에선 정말 외계인과 접촉해버리고 심지어 한 부원은 외계인에게 납치되어 행성에 살기까지 한다
이 부분이 엄청 본격적이고 작화도 기합이 들어가있어서 황당했음ㅋㅋㅋㅋㅋㅋ
정말 예측불가의 만화
마지막으로 너무 귀엽고 웃겼던 장면 ㅋㅋㅋㅋㅋㅋ
인생을 어떻게 살아왔는지 깜짝 생파에 눈 빨개진 레이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