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록

나이브스 아웃2 글래스 어니언(2022)

구하구하 2022. 12. 26. 12:03

연말에 가족들과 함께 집에서 무슨 영화를 볼까 하다가 본 영화

1편을 재미있게 봤고 난 다니엘 크레이그를 좋아하므로 부담없이 켰다

기본적으로 영화는 애거서 크리스티류의 고전적인 추리소설의 형식을 따른다

서로 절친임을 과시하지만 속사정을 살펴보면 복잡하기 짝이 없는 관계의 상류층 친구들,

오래간만에 모인 자리에서 갑자기 벌어지는 밀실 살인 그리고 탐정의 등장

고전적인 형식이지만 코로나부터, 환경문제, 일론 머스크같은 또라이 재벌, 여성인권문제 등 각종 트렌디한 사회문제를 다룬다

물론 고발이 아주 진지한 것은 아니지만, 때깔 예쁜 오락영화에서 PC함을 숨쉬듯이 즐길 수 있다는 건 큰 장점이다

1편에서도 라틴계 이민자 여성 주인공이 가식적인 백인들의 음모로부터 자기자신을 지켜내고 재산을 물려받는 모습이 참 통쾌했는데

2편에서는 더 확실한 복수극이 펼쳐진다 

유색인종 여성의 성과를 훔쳐가 자신의 업적으로 삼는 멍청한 백인 남성을 에드워드 노튼이 연기하는데

개인적으로 할리우드에서 재수없는 연기를 가장 잘하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에게 복수를 다짐하는 역으로는 자넬 모네가 등장한다

처음 보는 배우였는데 연기를 너무 잘하고 마스크도 매력적이라 충격적이었다 

귀여움과 카리스마가 한 사람 안에 있을 수 있는 거임? 앞으로의 연기도 기대가 됐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다니엘 크레이그는 코로나로 인한 락다운 상황에서 지루해하는 탐정 브누아 블랑을 연기한다

007에서의 진지하고 능글맞은 모습과는 정반대로 어쩐지 허술하고 남다른 패션철학을 가진 탐정으로 분한다

다니엘 크레이그는 다부진 마초처럼 생겼는데 왜 이렇게 알록달록한 꼬까옷이 잘어울리는거야..!

브누아 블랑 캐릭터가 다니엘 크레이그의 매력을 200% 표현하는 것과는 별개로

1편에서는 인종차별과 성차별의 문제를 결국 백인 남성이 도와 해결한다는 점이 시혜적으로 느껴졌는데

이번 글래스 어니언에서는 브누아 블랑이 동성 연인과 함께 사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서 그 또한 소수자라는 걸 보여준다

1편의 한계를 극복하면서 휴 그랜트를 다니엘 크레이그 남친으로 등장시키는 일석이조의 연출!

 

영화는 사건의 전말이 드러나기 이전의 전반부와 드러난 후의 후반주로 나눌 수 있는데

전반부에서는 재수없는 재벌 마일즈 브론(일론 머스크를 비꼰 것 같다)이 보여주는 호화로운 세계에 홀렸다가

후반부에선 그 세계가 모두 가식과 부정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이 고발된다

특히 위스키라는 캐릭터는 남성 인권 유튜버의 여자친구로, 모두 존재를 무시하는 섹시한 아이캔디 쯤으로 등장하는데

후반부에서 그의 사연이 나오며 입체적인 캐릭터로 변모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엄청나게 진취적이고 영화계의 한획을 긋는 작품이냐 하면 아니지만, 

가진 자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매력적인 오락 영화를 만든 느낌

게다가 소수자들에 대한 관심과 사회 풍자가 들어가 있으니, 모두가 즐겁게 볼 수 있는 준수한 오락 영화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