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록

드라큘라(1897)

구하구하 2022. 12. 4. 01:53

이 버전으로 읽었는데 번역이 구리다

 

1992년작 드라큘라 영화를 흥미진진하게 보고나서 원작 소설도 궁금해졌다

영화 보면서 의문이 드는 부분도 많았고 로맨스 라인을 좀더 디테일하게 보고 싶어서 책을 빌렸는데

와...! 놀랍게도 드라큘라 백작과 미나의 로맨스는 책의 마지막 페이지가 끝나도록 등장하지 않았다

난 대체 무슨 영화를 본 거지

브램스토커의 드라큘라라고 써놨으면서 등장인물 이름만 같지 내용은 매우 다르다

하지만 내가 느끼기에 분명 무엇인가를 원작으로 만든 분위기가 났다

어딘가 어설픈 연결점, 빠진 디테일 등등

아마도 1992년도 드라큘라 영화는 이전에 나왔던 드라큘라 영화 중 하나에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닌가 싶다

하여튼 소설에 비하면 1992년작은 거의 2차 창작 수준이다

드라큘라 백작이랑 미나가 잘 어울리는 한쌍이라고 생각한 누군가가 만든 팬무비같단 말이다

원작 소설은 로맨스라고는 전혀 없고(재미 없는 미나-조너선 커플 러브라인이 있긴 하다)

반헬싱 박사을 리더로 하여 다 함께 열심히 드라큘라를 퇴치하는 내용이다

호러물이지만 드라큘라를 퇴치하기 위해 조사를 열심히 벌이므로 일종의 수사물로 봐도 괜찮을 것 같다

영화와는 아예 다른 작품이라고 봐도 괜찮으니 영화와의 비교는 그만 두고 일단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1. 편지, 일기 형식: 숨기는 글쓰기로 고조되는 공포감 

 

변호사 시험에 갓 합격한 조너선 하커는 사랑하는 연인 미나 머레이를 떠나 의뢰인이 있는 트란실바니아로 가게 된다

낡고 외딴 성에 사는 의뢰인은 친절하고 품위있는 사람이지만 어쩐지 수상하다

늙은 의뢰인을 제외하고 사람이라고는 성에 아무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조너선은 급기야 드라큘라에게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감시당하게 되고, 

그는 드라큘라가 영국으로 향하는 일에 이용당하게 된다

조너선의 일기형식으로 쓰여지는 드라큘라 성 안에서의 일은 상당히 긴장감이 넘친다

독자는 조너선이 관찰하는 것 이상으로는 결코 볼 수 없기 때문에 

이야기에는 빠진 퍼즐이 많고 그것을 채워넣는 것은 독자의 상상력의 몫이다

원래 대놓고 잔인한 것을 보여주는 것보다 은근슬쩍 암시를 할 때 가장 무섭다

드라큘라가 가장 두려운 점은 그의 속내를 알 수 없으며 숨기는 비밀이 많다는 것이다

일기 형식으로 쓰인 이 책에서, 독자는 조너선의 시점에 묶여있기 때문에 그와 같은 두려움과 긴장감을 느끼게 된다

 

2. 문명과 야만의 대비

 

드라큘라는 배를 타고 영국으로 향하는데, 

그의 고향인 트란실바니아와 영국은 극명한 이미지의 대조를 이룬다

트란실바니아는 전설과 미신, 주술과 흑마술이 아직 존재하는 미개하고도 두려운 장소로 묘사되는 반면

영국, 특히 런던은 문명의 중심지로서 근대의 이성으로 무장한 장소이다

이러한 대비는 장소뿐 아니라 등장인물들의 구도에서도 선명하게 나타난다

작중에서 선역인 조너선 하커, 미나 머레이, 반 헬싱, 그리고 그외 여러 동료들은 직업도 의사, 박사, 변호사 등 상당한 엘리트이며 이성과 신앙을 숭상하는 고결한 인물로(자기들 입으로 그렇게 말함) 묘사된다

반면 악역인 렌필드는 정신병원에 갇힌 환자이고 드라큘라는 그야 말로 존재 자체가 논리와 이성에 반한다

솔직히 말해서 이런 대조는 좀 촌스러울 정도로 적나라하게 이루어져서 책이 뛰어난 문학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책의 의미나 상징같은 것을 누가 알려줘야 겨우 찾는 나같은 둔감한 인간도 느낄 수 있을 정도면 광고 선전처럼 대놓고 했다는 얘기다

다만 빅토리아 시대(또는 그것이 무너져갈 즈음)의 남성성이 상당히 잘 재현되어있기에 

위대한 문학작품이라기보다는 하나의 기록물로서 흥미롭게 관찰해 볼 여지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3. 흡혈과 수혈: 성적 은유

 

드라큘라가 영국에 숨어든 후, 미나 머레이의 자매처럼 절친한 친구인 루시 웨스턴라는 이상한 병을 앓게된다

그가 어느 저녁 교회당에 몽유병 상태로 걸어갔다가 목에 수상한 상처를 가지고 온 후부터의 일이다

이성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는 빅토리아 시대의 사람들은 루시의 병이 설마 흡혈귀의 소행일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것이 아니고서야 루시가 자꾸만 창백해지고 영문모르게 피가 부족해지며

평소와 다른 사람처럼 행동하는 것이 설명되지 않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루시의 구혼자 중 한명인 수어드는 자신의 스승인 반 헬싱 박사를 호출한다

그는 의문스러운 병에 대해 일가견이 있는 사람으로, 대충 퇴마사쯤 된다

루시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루시에게 구애하는 남성 두 명과 루시의 애인, 그리고 반 헬싱 박사까지 세명이 

그에게 수혈을 하게 되는데, 이 때의 묘사가 몹시 희한하다

책에서 수혈은 한마디로 섹슈얼한 행위로 묘사된다

반 헬싱 박사는 남성들에게 루시의 애인에게 수혈 사실을 숨길 것을 당부한다

연인이 아닌 사람과 피를 나눴다는 것을 알면 충격에 빠질 것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그들의 수혈 사실이 대단한 배신이라도 되는 양, 나중에 루시의 애인에게 죄책감을 가지고 털어놓는다

혹시 1800년대 영국에서는 수혈을 섹슈얼하게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인 흐름이었나?

설령 그렇다고 해도 책에서 '피를 빠는 행위', '피를 나누는 행위'는 모두 어떤 성적인 은유로 보인다

내가 음란마귀인게 아니라 책 해설들을 찾아봐도 이는 메이저한 해석이다

그렇다면 흡혈, 또는 수혈을 성적인 행위의 은유로 보았을 때

드라큘라는 1세계 백인 남성들 몰래 밤에 찾아와 그들의 여성을 강제로 범하고 타락시키는 존재가 된다

 

4.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 이어지는 남성의 성적 공포심

 

선역 남성들은 끊임없이 '우리의 사랑스러운 루시', '우리의 고결한 미나부인' 따위의 말을 반복한다

칭찬하는 미사어구가 붙어있지만 결국 여성을 자신의 소유물로 여기는 말투

남성들은 그들의 여성을 사악한 드라큘라로부터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이쯤에서 드라큘라의 출신을 다시 살펴보자면, 그는 작중에서 매우 미신적이고 낙후된 장소로 묘사되는 동유럽에서 왔다

알다시피 서유럽이 아시아나 아프리카 출신 만큼은 아니어도 차별에 열심인 지역이 동유럽이다

드라큘라는 외국인처럼(당연함 외국인임) 어눌한 영어 발음을 하는 것으로 나온다

정리해보면 '자기들 여자를 외국 남자가 뺏어갈까봐 공포에 시달리는 찌질한 남자들'이다

시대와 장소를 막론하고 나타나는 남자들의 공포증으로서 외국 남성과 커플 유튜브를 찍는 자국 여성에 대한 남성들의 사이버 불링은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예시다

다른 예시로는 '화냥년'이라는 말을 들고 싶다

여성을 대상으로 쓰이는 질나쁜 욕설인 화냥년은 본디 '환향녀'라는 말에서 나왔는데

전쟁 포로로 외국에 잡혀갔던 여성들이 돌아오자 이들을 따뜻하게 맞이하기는 커녕 몸을 버린 년들이라며 비난의 대상으로 삼은 것에서 유래했다

외국의 남성들에게 빼앗긴 여성들은, 그들을 빼앗긴 힘없는 남자들에게 자신의 무능함을 끊임없이 일깨우는 불쾌한 존재가 되었을 것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온갖 고초를 겪은 죄없는 여성들이 아니라 청나라 남자들한테 복수를 해야할 것이 아닌가

하지만 찌질하게도 그럴 힘이 없으니 환향녀들에게 성적으로 타락했다며 분노를 표출했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분노의 굴절' 현상은 <드라큘라>에서도 나타난다

이 책에서 흡혈을 당하는 남성 희생자는 전혀 나오지 않는다 

루시 웨스턴라와 미나 머레이라는 아름다운 두 여성만이 드라큘라 백작의 흡혈 희생자가 된다

감염 상태가 되면 남성들이 참을 수 없을 만큼 유혹적인 모습이 된다는 묘사가 있다

남성들은 순수했던 루시와 미나의 모습을 그리워하며 그들이 타락한 것을 개탄스러워 한다

런던과 트란실바니아가 극명한 대립관계를 이루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작중의 여자 캐릭터들은 성녀 아니면 창녀가 된다

선역 남성들 곁에 남는 여자는 순수하고 고결한 존재이며 드라큘라의 곁의 여성들은 관능적인 창녀로 묘사한다

남성들은 가증스러울만큼 안타까워하면서 흡혈귀가 된 루시의 가슴에 말뚝을 박고 목을 자른 다음 입에 마늘을 가득 쑤셔 넣는다

사실 나는 미처 생각 못했는데 책 마지막의 작품 해설에서 말뚝이 남근을 상징한다는 얘기를 읽었다

그니까 외국 남자한테 강간당해서 타락한 여자를 다시 순수하게 만들기 위해 윤간(이것도 해설에 나옴ㅎ)한걸로도 볼 수 있다 윽

 

5. 근대의 사고 방식: 원인을 알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

 

불쌍한 루시를 떠나보내고 반 헬싱 일당은 드라큘라 백작을 잡기 위해 총력전을 펼친다

드라큘라 힘의 원천인 흙상자들을 파괴하고 그에 대한 기록과 증언들을 수집하여 그를 이기기 위해 노력한다

반 헬싱 파티가 애초에 의사 변호사 박사 등등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인간을 뛰어넘는 초인적인 힘을 가진 드라큘라를 제압하기 위해 그들이 무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지성과 이성, 논리가 이해할 수 없는 존재에 대한 완벽한 대응이라는 빅토리아 시대의 사상에 충실하게

그들은 이 초자연적인 괴물을 이해하기 위해 정보를 끊임없이 수집한다

반 헬싱 박사가 주도하는 온갖 퇴마, 이를 테면 마늘 꽃을 뿌려 놓는다든지, 들장미를 관 위에 올린다든지,

가슴에 말뚝을 박는 다든지 하는 행위들은 겉보기에는 상당히 미신적으로 보이지만

포장을 뜯어내고 알맹이를 보면 상당히 근대적인 해법이다

고정관념과 다르게, '원인을 알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라는 개념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진 역사가 길지 않다

이 개념은 근대 과학의 발전이 남긴 유산으로, 그 이전의 사람들은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그저 두고보면서 신에게 빌 수 밖에 없는 경우가 더 많았다

농사가 망하면 망하는 거였고 배가 가라앉으면 가라앉는 거였다

재난으로 모든 것을 잃어도 할 수 있는 것은 신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 기도와 제사를 올리는 것 뿐이었다

하지만 반 헬싱 박사는 적의 정체를 진단하고, 유능한 의사처럼 필요한 처방을 빠르게 내놓는다

이를 그대로 실천하면 흡혈귀를 처단할 수 있다

무슨 RPG게임처럼 구조가 간단하다 "A를 구해오세요, B를 구해오세요, 그럼 퀘스트 끝!"

이런 부분이 좀 유치하고 속이 빤히 보여서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동시에 빅토리아 시대 영국 사람들이 얼마나 인간이 모든 것을 과학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에 오만하게 젖어있었는지 알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6. 고도의 여성혐오는 페미니즘과 구분하기 어렵다

 

하여간에 반헬싱 파티는 놀라운 정보전으로 드라큘라와의 싸움에서 나름의 우위를 점한다

정보전에서 꽤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미나 머레이라는 여성 캐릭터이다

그가 타자기로 문서화한 자신과 남편의 경험은 드라큘라를 상대하는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그는 작중 남자들이 말하는 바에 따르면 "남자의 뇌처럼 단련된 뛰어난 머리를 가진" 여성이다

현대의 독자가 듣기에는 별 또라이같은 성차별 발언으로 들리지만, 놀랍게도 당시로서는 여성캐릭터를 진취적인 방식으로 묘사한 것이라고 한다

이 책이 1897년에 나왔고 버지니아 울프가 <자기만의 방>을 쓴 것이 1929년임을 떠올려보면 납득이 가는 듯도 하다

<드라큘라>가 나온지 몇십년이 지난 후에도 버지니아 울프가 여자라는 이유로 도서관 출입을 제한 당했던 것을 생각하면

남성들이 한 여성의 뛰어남을 인정해주는 장면은 당시로서는 파격적이고 진보적인 것이었을 수 있겠다

하지만 <드라큘라>는 곧바로 진취성을 버린다

반 헬싱 파티의 남성들은 미나 머레이를 위험할 수도 있는 드라큘라와의 대결에서 제외시키기로 결연한 맹세를 한다

연약한 여성이 겪기에는 너무 험한 일이다, 여성의 정신은 이런 일을 겪으면 망가지고 말거다... 따위의 이유로

소외된 그녀는 자신을 보호해주기로 한 남성들에게 감사함을 가지려고 노력하지만 조금 불만스럽기도 하다

이러한 여성 캐릭터의 소외는 흥미롭게도 위기의 시발점이 된다

남성들이 이것저것 하느라 바쁜 사이에 드라큘라가 미나 머레이를 감염시킨 것이다

나는 이 부분 때문에 이 책이 사실 페미니즘 소설이 아닌가 의심까지 들었다

유능한 여성을 일에서 배제하다가 더 큰 문제에 빠져버리는 상황을 비꼬아서 풍자한 것은 아닐까..?

아니면 미나 머레이를 왕따시킨 후에 바로 더 큰 위기가 닥치는 전개를 할 이유가 있나?

뭐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책의 앞 페이지를 펼쳐 출판연도를 다시 확인함으로서 의심을 접었다

그냥 빅토리아시대 사고 방식이 책에 그대로 재현되다 보니 그런 거였다...

이따금 고도의 여성혐오는 페미니즘과 구분될 수 없다

 

7. <저자의 죽음>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컨텐츠들

 

이제 그들은 미나가 완전한 흡혈귀로 변화하기 전에 드라큘라 백작을 처단해야 한다

그리하여 백작이 도망간 트란실바니아로 추적을 감행한다

아니 이때는 정말 조금이라도 로맨스가 나올 줄 알았다

흡혈귀가 되어서 백작에게 끌리는 미나의 모습이라든가...

근데 정말 깔끔하게 퇴치만 하고 행복하게 끝난다 정말 어이가 없군

영화에서 봤던 로맨스 좀 자세히 읽어보려고 빌린 책인데 얼떨결에 빅토리아 남성성에 대한 고찰만 하게 되었다

내 로판 어디갔냐고....! 미나x드라큘라 어디가면 더 볼 수 있는 건데

영화에서는 드라큘라를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가진, 사악하지만 어딘가 모성애를 자극하는 사랑에 빠질 수 밖에 없는 나쁜 남자로 그려놓는데

책은 그런 거 없고 그냥 처단해야할 괴물이다

근데 그 와중에도 캐릭터가 매력있기는 해서 왜 영화에서 그렇게 다뤘는지 이해는 간다

일단 과거에는 선하고 능력있었던 사람이었지만 타락했다는 언급이 나온다

또 압도적인 신체 능력과 여자만 찾는 악취미적인 흡혈 습관은 호색한을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책 초반에 조너선이 드라큘라 성에 억류 되어 있을 때는 약간 양성애자적인 암시도 나온다

드라큘라의 부하인 여자 흡혈귀들이 조너선의 피를 빨려고 할 때, 그는 자신의 것이라면서 여자들을 막는다

솔직히 이 부분이 맛없는 로맨스인 조너선-미나보다 더 자극적이다

하여튼 드라큘라와 파생 창작물들의 재미있는 점은 등장인물과 설정만 그대로 가져가고 주제 의식은 다들 지맘대로 바꿔버린다는 것이다

보통은 작가가 본래 생각했던 바를 충실히 재현하는 것을 실사화의 중요 목표로 삼지 않나

근데 드라큘라는 (두 개밖에 안봤기는 한데)재료만 똑같이 써서 다들 자기 하고 싶은 다른 얘기를 한다

1992년 영화 드라큘라는, 소설 속 드라큘라가 남성들에게 성적 공포를 일으키고 처단의 대상이 되었던 것과 달리 그가 오히려 서사의 주인공이 되어 공감을 일으킨다

일종의 후기식민주의 문학처럼 박해받았던 입장이 주인공이 되어 자신의 이야기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소설에서는 드라큘라가 먼지로 돌아가고 조너선과 미나가 부부로 잘 사는 것이 결말이지만

영화에서는 죽어가는 드라큘라를 보며 슬퍼하는 미나로 끝이 난다 

조너선은 그들의 사랑을 인정해주고 쿨하게 떠난다

2020년에 나온 넷플릭스 드라마판은 예전에 봤을 때는 원작을 몰랐기 때문에 별 생각없이 음.. 재밌군 하면서 봤는데

원작을 다 읽고 보니 1992년보다 한발 더 나아간 파격을 보여주고 있다

책에서는 한줄 엑스트라로 등장하는 애거서 수녀가 드라마에서는 드라큘라와 대결을 펼치는 대적자로 등장한다

정말 재미있고 대범한 상상력이다

한 번 더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라큘라는 역사상 가장 많이 컨텐츠화된 소설이라고 한다

롤랑바르트라는 사람이 주장한 '저자의 죽음'이라는 개념이 있다

글을 일단 저자가 쓰고 나면 그 해석의 권력은 저자를 떠나 순전히 독자에게로 간다는 내용이다

드라큘라가 그렇게 많이 영화화된 것은 그 소재의 아이코닉함과 더불어 다들 제멋대로 해석해서 자유롭게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 자체로 뛰어나고 완결성 있는 작품보다 뭔가 어수선하지만 흥미로운 소재를 가진 작품의 2차 창작이 더 활발하다

말하자면 덕후몰이하는 작품이 따로 있다는 얘기다

뭔가 내가 더 찾아 낼 수 있을 것 같고, 못한 이야기가 있을 것 같고, 아쉬운 부분을 이렇게 고쳐보면 재밌을 것 같은 작품

그런 작품이 드라큘라였기 때문에 수많은 실사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나 짐작해본다

앞에서 말했듯이 위대한 작품은 분명 아닌데, 참 이것저것 생각하게 하는 흥미로운 작품이다